■ 식약처, 80일만에 신속 허가

수면평가·자극조절·수면습관
이완요법 등 6단계 프로그램
앱 사용 이후 개선 비율 46%

글로벌 디지털치료시장 선점


정부가 디지털기술을 의료기기로 처음 공식 허가했다.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모바일 앱’ 등 디지털 기술로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먹는 약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 의료 현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정부도 정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업체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앱) ‘솜즈(Somzz)’를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로 품목 허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는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약과 주사 등 전통적인 의약품은 아니지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처방과 치료 행위가 있고,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건강관리를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도 다르다. 솜즈가 조만간 상용화되면 먹는 약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기기로 환자가 치료받을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솜즈는 의사가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지행동 치료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는 수면평가, 자극조절법, 수면제한법, 수면습관교육법, 이완요법 등으로 이뤄져 있다.

솜즈를 이용해 불면증을 치료할 경우 환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수면습관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 6단계 프로그램을 6∼9주간 수행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솜즈로 치료한 환자의 46%가 솜즈 사용 전후 불면증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이는 솜즈를 쓰지 않은 대조군(수면일지만 작성)의 불면증 개선 비율 12%보다 높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면제는 의존성이란 부작용이 있어 보통 1알에서 시작돼 복용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많다”며 “초기 수행상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약 없이도 불면증을 교정할 수 있어 초기 불면증 환자 치료에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혁신기술 제품화 지원 노력의 첫 결실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보험수가 적용, 기술평가 등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솜즈는 이를 적용해 소요 시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약 80% 줄였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섭식장애 등에 대한 디지털치료기기 임상·허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제시하는 등 2027년까지 디지털치료기기 약 10종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연평균 20.6% 성장률을 보이는 전 세계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2030년 약 235억6938만 달러(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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