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8의 대형 지진 발생 이후 210시간 만에 생환한 15세 소녀가 14일 튀르키예 하타이 건물 더미에서 구조된 뒤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규모 7.8의 대형 지진 발생 이후 210시간 만에 생환한 15세 소녀가 14일 튀르키예 하타이 건물 더미에서 구조된 뒤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CNN 기고문서 ‘존재감’ 비판
“구호품 늦고 구조장비 못 받아”

시리아·튀르키예 사망자 4만명


규모 7.8 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 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필사의 구조 활동을 펼쳐온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의 라이드 알 살레 대표가 14일 “가장 중요한 순간에 유엔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유엔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에 시달린 유엔이 이번 대지진 참사에서도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살레 대표는 이날 미 CNN 기고문에서 “전 세계를 뒤흔든 치명적인 재앙 앞에서 유엔의 손은 빨간 테이프로 묶인 것 같다”며 “비상시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기구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 아이들을 돌무더기 밑에서 죽게 내버려둔다면 이는 분명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 반군이 주둔해 있는 북서부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정부가 2011년부터 이어진 내전을 핑계로 국경 봉쇄 조처를 풀지 않아 구조 장비가 제때 투입되지 못했다.

살레 대표는 “국제 구호물품이 시리아 북부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불과 나흘 전”이라며 “텐트 등 기본 구호품은 지진 발생 전 이미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구조에 도움이 되는 장비는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의 도움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 내가 들어야 했던 대답은 ‘관료주의’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게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2곳이 추가 개방된 데 대해서도 그는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을 가스 살포와 폭격으로 죽인 시리아 정권 허가를 유엔이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만 3만541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는 1939년 12월 동북부 에르진잔 지진 사망자(3만2968명)를 넘어선 튀르키예 최악의 자연재해 인명 피해다.

시리아를 포함한 전체 사망자는 4만 명을 넘겼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직접 사망자 수를 발표하며 “이런 재난 앞에선 어떤 국가도 우리가 겪은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또다시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77세 여성이 지진 발생 212시간 만에 구조되는 등 기적의 생환 소식도 이어졌다. 카라만마라슈에선 각각 21세와 17세인 형제가 200시간 만에 구조됐는데, 이들은 “단백질 파우더와 소변을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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