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서민경제의 이자 부담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예대마진 공시 등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는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해 여·수신 금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겠다는 취지다.
15일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이자장사’ 비판과 관련해 “예대금리차가 시장의 과점적 성격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경쟁이 촉진되면 여·수신 금리가 효율적으로 책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가진 임원회의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으로는 은행업 인가 체계를 쪼개서 하는 방안과 현재 3곳인 인터넷전문은행을 더 늘리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타 금융권의 경우 특정 업무에 대해서만 금융당국이 인가를 내주기도 하지만 은행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 여·수신 업무에 대한 인가를 별도로 내줄 시 여·수신 시장의 경쟁이 촉진될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의 인터넷전문은행과 또 다른 성격의 디지털 은행을 추가 인가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이 원장이 여·수신 금리가 만들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은행의 과점적 영업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 당시 “영리 추구 기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해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은행이 구조적으로 과점적 형태이기 때문에 여·수신 차이에 따른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지위를 부여받은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익 창출에 (중략) 금융당국이 한 역할이 있는데 오로지 (수익을) 주주와 임원들의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은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이나 여러 기능이 비춰 적절한지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9년 제1금융권인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점유율이 77%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또한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사실상 5대 은행이 예금, 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이 모두 1조3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이자 장사’ ‘돈 잔치’ 비난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 원으로, 2021년보다 약 3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