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z & Life

美 반도체과학법·IRA로 ‘암초’
삼성전자·현대차 등 담당임원에
해외네트워크 갖춘 외교관 물색


미국이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강도 높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 기업에서 외교관 출신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글로벌 대외협력 기능이 강조되면서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재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외교관 출신 글로벌 협력담당 신규 임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그룹에 속한 한 A 대기업도 글로벌 협력담당 임원직을 신설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전·현직 외교관을 헤드헌팅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IRA 현안이 불거지면서 미국 정부에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해졌다”며 “과거 대관 업무는 주로 국내 정부, 국회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글로벌 무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에 중용된 외교관 출신들은 맹활약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외무고시 24회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통상전략과장 등을 지낸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대외협력(GPA)팀 부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동행, 보좌하면서 최측근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일범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은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SK그룹에서 일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등 미국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출신 외교관들도 인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신설된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공직 사회에서는 외교관 출신의 잦은 기업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현직 공무원은 “과거에는 최소 국장 이상을 지낸 고위직이 민간으로 옮겼는데 지금은 사무관, 서기관들의 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혼자 뒤처진 듯싶고 공직에 대한 자부심도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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