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건설 수주 38억 달러
2019∼2022년과 비슷한 수준
고금리·불황에 해외 사업 줄여

탈탄소·수소 등 친환경사업 전환
중동·호주 등서 프로젝트 진행


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지만, 수주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탈(脫)탄소·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무기로 해외시장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건설업계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38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로, 코로나19가 진행된 2019∼2022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 동안 수주 실적은 33억 달러로 올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83억 달러를 기록한 2020년에 비하면 올해 실적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 2021년 35억 달러, 지난해 41억 달러였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유가 등으로 중동 지역 발주가 증가해 해외 수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실제로 발주 증가 및 수주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던 국내 주택 건설 사업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많게는 수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해외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중동 현지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나름대로 집중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정부 지원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민간 기업의 수주 단계에서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사 수행 중 발생하는 어려움이나 외국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문제까지 지원하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별로 규제와 법령, 근로환경 등이 다르고,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국 기업과 노동자 중심으로 정책을 변경한다”며 “민간 기업이 현지 정부를 대상으로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 탈석탄 선언, 2022년 탄소중립 추진안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사업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향후 신재생 사업에 대한 수요와 발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호주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GS이니마를 앞세워 해수 담수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삼강엠앤티의 사명을 ‘SK오션플랜트’로 바꾸고 글로벌 대표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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