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삼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한석호 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에 대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입사 면접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함께 그를 면접 본 사람은 당시 전노협 사무차장으로 있던 나와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넷이었다.
그 면접이 있은 이후로 한 사무총장은 전노협 해산 때까지 헌신적으로 함께했던 노동운동의 동지였다. 그는 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40년 가까이 노동운동에 투신해 왔다.
그런데 민노총이 지난 8일 양경수 위원장 명의로 전태일재단에 공문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구성한 상생임금위원회에 재단의 사무총장이 참가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생 자신은 물론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노동운동에 전념했던 한 총장을 향해 민노총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조직적 논의를 통해 (사업의)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조직적 응징’을 언급했다고 한다. 가짜가 진짜를 억압하는 형국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오른다.
한 총장의 상생임금위원회 참여 명분은 현 노동 현실의 시대적 소명에 부합한다. 민노총은 지난 7일 킨텍스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3월 투쟁 선포대회, 4월 중대재해법 저지투쟁, 5·1 노동절 전국 동시다발 궐기대회, 5∼6월 최저임금 투쟁을 거쳐 7월 첫째 주와 둘째 주 2주간 대규모 가두집회를 포함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또한, 민노총 중앙과 가맹 산하 조직은 총파업 투쟁본부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민노총의 양 위원장 또한 감옥 갈 각오로 투쟁을 회피하지 않고 ‘반(反)윤석열 투쟁’과 ‘반미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치투쟁을 통한 기득권 유지가 민노총의 사업 방식임을 공표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 총장은 양극화 해소와 1500만 명에 이르는 지불 능력 밖의 저소득, 비노조 노동자 문제, 영세 자영업자 문제 등의 본질적인 노동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오히려 정치화·이념화한 노동운동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해 왔다. 민노총에 한 총장의 존재는 눈엣가시로 여겨졌을 것이 자명하다. 한 총장이야말로, 노동운동의 정치화와 기득권을 극복하기 위해 차비를 털어 시다(보조원)들에게 풀빵을 사 먹였던 전태일 정신의 초심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노총은 한 총장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 그는 어쭙잖은 압력이나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을 사람이다. 민노총 자신들은 최저임금위원회 등 15개에 이르는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한 총장이 정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하고 협박한다. 이는 자신들의 이념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다.
이번에 민노총이 전태일재단에 가한 갑질과 협박에 대해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태일재단은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추천이나 동의 없이 운영하는 독립적인 재단이며, 이소선 여사(전태일 열사의 모친)께서도 ‘전태일재단은 특정 노동단체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감히 말한다. “현 민노총의 조직적 무게가 한석호 한 사람의 삶의 무게보다 결코 우위에 있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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