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넙치’와 ‘양철북’이란 작품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넙치’의 첫 문장 ‘일제빌은 소금을 더 쳤다’는 2007년 독일 소설 중 최고의 문장으로 뽑혔다지만 사실 소설의 첫머리를 읽어보면 도대체 작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갈 이 무렵에는 그런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도다리를 넙치 혹은 광어와 구별해 내고, 도다리쑥국만 먹으면 된다.
넙치는 그 모양새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의 모래나 펄에 바짝 붙어 살자면 몸은 얇고도 넓어야 하니 이런 모양새가 됐다. 그래도 눈은 빛이 오는 위를 향해야 하니 눈이 한쪽으로 몰리게 되었다. 거의 모든 물고기는 좌우 대칭인데 넙치류의 물고기는 좌우나 상하가 대칭이 아니다. 넓기로는 더 넓은 가오리나 홍어가 있지만 이들은 좌우 대칭인데 넙치류는 아니니 괴이해 보이기도 한다.
넙치의 생김새를 인정하고 나서도 남는 문제가 있으니 흔하게 접하는 두 종류의 넙치를 구별하는 것이다. 넙치는 한자 이름인 ‘광어(廣魚)’로 더 많이 불린다. 대규모 양식이 가능해 가장 흔한 횟감인데 횟집 수족관에 가보면 이와 생김새가 똑같아 보이는 도다리가 있다. 좌광우도, 넙치처럼 바닥에 엎드려 물고기를 마주 보면 된다. 바라볼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고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다.
도다리는 광어보다 비싸고 작은 도다리는 뼈가 연해 뼈째 썰어 먹어도 맛있어 흔히 ‘세꼬시’라 하는 ‘뼈째회’로도 먹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듯이 도다리는 봄에 가장 맛있다. 회로 먹어도 좋지만 된장을 푼 뒤 막 싹이 돋아난 쑥과 봄 도다리를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을 으뜸으로 꼽는다. 봄기운이 가장 먼저 오는 남해 바닷가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으니 도다리쑥국을 맛보고 밀려오는 봄기운에 뒤로 쓰러지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