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테니스 전설 깁슨, 최초로 ‘컬러라인’ 넘어
인종차별 딛고 1956년 흑인 첫 메이저대회 석권
43년 뒤 세리나, 사상 두 번째 흑인 메이저 우승
19세 고프, 세계랭킹 6위…‘여제’ 즉위 예약
지난 주 미국프로픗볼(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57번째 슈퍼볼에서 연출된 최초의 흑인 쿼터백 맞대결. NFL은 체격조건과 체력이 필요충분조건. 그래서 흑인선수가 과반을 넘지만, 여전히 흑인 쿼터백은 소수다.
여자테니스의 비너스(43)-세리나(42·이상 미국) 자매는 22년 전인 2001년 US오픈 결승전에서 흑인의 첫 메이저대회 결승 맞대결을 연출했다. 메이저대회에서만 자매는 9차례나 격돌했다.
인기 프로스포츠 중 일찌감치 흑인이 두각을 나타낸 종목은 여자테니스다. 앨시아 깁슨(1927∼2003년·미국)은 스포츠 인종차별의 벽의 넘은 최초의 흑인스타로 기억되고 있다. 깁슨은 1956년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라 최초의 흑인 메이저대회 우승자로 등록됐다. 깁슨은 이듬해 역시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호주오픈, US오픈을 석권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리고 1958년 윔블던과 US오픈 2연패를 이뤘다. 여자복식에선 5차례, 혼합복식에서 1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애서 애쉬(1943∼1993년·미국)는 남자테니스에서 US오픈(1968년), 호주오픈(1970년), 윔블던(1975년)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흑인선수다. 깁슨은 애쉬보다 12년 앞서 첫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깁슨의 운동능력은 탁월했고 37세이던 1964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했다. LPGA투어 사상 첫 흑인선수. 깁슨은 LPGA투어에선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1978년까지 활약하며 훌륭한 본보기가 됐다.
깁슨의 등장 이후 40여 년이 흘러 역시 위대한 흑인선수가 나타났다. 윌리엄스 자매다. 비너스는 17세이던 1997년, 세리나는 18세이던 1999년 단식 첫 우승을 신고했고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양강으로 군림했다.
윌리엄스 자매의 우상은 깁슨. 어린 시절 윌리엄스 자매는 롤모델인 깁슨에게 편지를 보냈고, 깁슨은 윌리엄스 자매의 용기를 북돋웠다.
여자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백인이 아닌 선수가 우승한 건 깁슨이 처음이었고 15년 뒤인 1971년 호주 원주민 출신 이본 굴라공(72)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깁슨의 우승 뒤 43년 만에 흑인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탄생했다. 세리나가 1999년 US오픈을 석권했다. 비너스는 2000년과 2001년 윔블던, US오픈 2연패를 이뤘다. 깁슨의 1957년, 1958년 윔블던과 US오픈 2연패를 역시 43년 만에 재현했다.
윌리엄스 자매의 ‘업적’이 워낙 탁월하기에,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넘버원’을 꿈꾸는 후예들은 있고, 이 중 코코 고프(미국)가 가장 눈길을 끈다. 고프는 2004년생이며 지난 2019년 어퍼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고프는 당시 15세 17개월이었고, 2004년 니콜 바이디소바(체코) 이후 15년 만에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단식 최연소 우승자로 등록됐다.
고프의 우상은 윌리엄스 자매. 고프는 2009년 호주오픈에서 세리나가 정상에 오르는 장면을 TV로 본 뒤 장래 희망을 테니스 선수로 정했다. 고프는 2018년 연말 랭킹 686위였으나 2019년엔 68위까지 뛰어올랐고 2020년을 47위, 2021년을 19위, 그리고 지난해를 4위로 마쳤다. 현재 랭킹은 6위. 세계랭킹 1∼49위 중 10대는 고프뿐이다. 고프는 올해 1차례를 포함, 지금까지 3번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성적은 132승 67패. 아직 20세가 되지 않았지만 통산 상금은 589만1108달러(약 76억 원)에 이른다.
세리나는 18세, 비너스는 20세에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고프는 18세이던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아직 어리기에 기회는 많다. 그리고 고프 시대는 머지 않은 듯하다.
이준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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