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독일 영국대사관. AP=연합뉴스
주 독일 영국대사관. AP=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전직 경비가 러시아에 내부 기밀 정보를 다량으로 넘긴 혐의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영국 법원은 17일(현지시간) 8건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데이비드 발렌타인 스미스(58)에게 이같이 판결했다고 AFP,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영국 공군 출신인 스미스는 베를린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에 영국 대사관의 활동, 신원, 주소, 전화번호 등을 넘긴 혐의를 받았다. 그는 영국 대사관 직원의 사진에 이름을 달아 넘기고, 러시아에 유용할만한 영국 대사관의 내부 배치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배신의 대가로 러시아에 돈을 받았다”며 “러시아를 지원한 동기는 영국의 국익을 훼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수년에 걸쳐 상당하게 많은 양의 자료”를 복사해 넘기면서 대사관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그의 책임이 상당하고 밝혔다.

재판부는 “스미스가 저지른 범행은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면서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적했다.

스미스는 재판 과정에서 러시아 측에 두 차례 정보를 넘긴 것이 전부이며 대사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에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그의 집에서 러시아로부터 받은 800유로(약 110만 원)의 현금을 발견했고, 그가 러시아 당국에 동조적이며 온라인에서 친러시아 프로파간다를 봐왔다는 사실을 파악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스미스가 영국을 증오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범행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스미스가 2020년 러시아 대사관에 편지를 처음 보내 영국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추가 접촉을 제안한 사실을 파악해 지난해 8월 베를린 자택 인근에서 그를 체포해 영국으로 인도했다.

스미스는 러시아 공작원을 사칭한 영국 요원에게는 “나를 고용한 놈들을 믿지 않는다”며 “독일에 있고 싶지 않다. 나치 놈들의 나라에 갇혀있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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