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늘푸름학교 어르신 학생들이 최호권 구청장에게 보낸 편지. 영등포구청 제공
서울 영등포구 늘푸름학교 어르신 학생들이 최호권 구청장에게 보낸 편지. 영등포구청 제공


‘늦은 나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개교한 성인 문해교육기관…졸업생 196명 배출
만학의 꿈을 이루는 120여 명 학생 평균 연령 70세 넘어
최 구청장은 "배움에 대한 열정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내 나이 91살입니다. 평생 원하던 중학교에 와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구청장님께 감사합니다’ ‘너무나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늦은 나이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최근 ‘늘푸름학교’ 학생인 어르신들에게 여러 장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만학의 꿈을 이뤄가는 어르신들의 진심이 담겨있다.

늘푸름학교는 구가 운영하는 성인 문해교육기관이다. 이 학교는 지난 2013년 ‘은빛생각교실’이라는 성인 문해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15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받아 2016년 개교했다.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아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과를 수료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중학교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최 구청장이 교장인 이 학교에는 14명의 교사가 있으며 12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다닐 수 있지만 주로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이 많아 학생 평균연령이 70세가 넘는다.

각각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초등·중등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초등 과정은 통합교과를 중등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교과와 컴퓨터 등 선택 교과를 배운다. 초등과정은 매주 월·수·금 오전 9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수업하며 중등과정은 월·목·금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화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8일 열린 2022학년도 늘푸름학교 졸업식에서 교장인 최 구청장과 졸업생,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8일 열린 2022학년도 늘푸름학교 졸업식에서 교장인 최 구청장과 졸업생,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8일 2022학년도 졸업식이 열렸다. 이번 졸업생들은 사연이 많다. 중등과정을 졸업한 김정임(71세) 씨는 2학년 학기 중 평택으로 이사를 갔다. 김 씨는 거리가 멀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김오덕(78세) 씨는 지난해 졸업한 남편 신강복(81세) 씨와 부부 동문이 됐다. 김 씨는 "남편이 기다려줘서 올해같이 고등학교에 간다"며 "앞으로 함께 대학도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까지 초등과정은 1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중등과정은 55명의 어르신이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들이 모여 동창회도 만들었다. 이문선(77세) 씨는 7남매 중 둘째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이 씨는 구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늘푸름학교를 알게 됐고, 초등·중등 졸업장을 모두 받았다. 이 씨는 "코로나19로 자주 모이지 못했고, 고령으로 참석자가 줄어들어 속상하다"며 "자식들에게 ‘엄마 동창회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순간이 아직도 가슴 설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졸업생 후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1회 졸업생인 조 모 씨는 최근 명지전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조 씨 외에도 대학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공부하는 어르신이 20여 명이다.

최 구청장은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며 "어르신들이 늘 푸르름을 간직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