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아트 창립 40주년 기념전, 다음달 19일까지
나혜석·이중섭·김환기 등
회화·조각 60여 점 전시
국내 첫 전속작가 제도 도입
서울옥션 설립 등 도전 행보
“상업적 이익에 골몰” 비판도
나혜석, 구본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이인성, 장욱진 등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했다. 안젤름 키퍼의 대형 회화, 앤터니 곰리의 인체 조각 등 외국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국내 대표 화랑 중의 하나인 가나아트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열고 있는 ‘198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전(2월 17일~3월 19일)에서다.
그동안 수집해 온 컬렉션 중 60여 점의 회화, 조각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 3전시장에서 소개한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만들어진 것들이다. 가나아트가 작고 거장의 유작전, 원로 작가의 회고전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작품들이다. 남관, 문신, 도상봉, 이성자, 정규, 함대정, 이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박영선의 1950년대 작 ‘누드’는 인체에 대한 감각이 시대에 따라 다름을 보여줘 특별히 흥미롭다. 추상미술 1세대인 권옥연의 인물화와 그의 친척인 천재 요절 작가 권진규의 조각 ‘고양이’ ‘자소상’을 한 장소에서 보는 것도 감회에 잠기게 한다. 회화 작품의 액자들을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흠집이 있는데, 첫 전시 때 표구한 것을 그대로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외 작가들의 작품은 가나아트가 세계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동행하려 애썼음을 알려준다. 가나에서 전시를 한 세사르, 안토니 타피에스, 미켈 바르셀로, 마크 퀸 등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가나아트가 국내외 수작들을 이처럼 다량 소장한 것은, 미술품 유통과 함께 수집에 힘쓰는 것도 화랑의 역할이라고 여겨서였다. 창업주인 이호재 회장이 아트바젤의 창시자 에른스트 바이엘러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실천하려 애썼다고 한다. ‘한 작가를 만나면 두 점을 사서 한 점은 팔고 한 점은 나를 위해 간직하려 했다.’
이번 전시 제목에서 보듯 가나아트는 1983년 인사동에서 가나화랑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1전시장에서는 지난 40년간 걸어온 길을 담은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720여 회의 전시와 관련 사업을 정리한 연표와 사진 자료, 주요 전시 포스터, 미술잡지 ‘가나아트’ 표지 등을 볼 수 있다.
연표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이 화랑은 ‘국내 최초 전속작가 제도 도입’ ‘국내 갤러리 최초 파리 아트페어 FIAC 참가’ 등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특히 1998년에 서울경매(현 서울옥션) 법인을 설립한 것은 국내 미술시장에 큰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2014년엔 미술자산의 공익화를 표방하며 가나문화재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이 재단에 소속돼 있다.
가나아트의 행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지난 40년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문화계 한 원로는 “미술품 유통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내 화랑들이 수집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한 공로가 크다”고 했다. 한국미술이 해외에 진출하도록 그 통로를 열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것이 이 원로의 평가이다.
그러나 한 미술평론가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공이 있지만, 화랑의 본령을 넘어서 여러 영역에 손대며 상업적 이익에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 진출 시도를 한 것도 사실이나 과연 세계적 화랑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내실이 있었는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양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서울옥션 매각과 관련한 소문들이 계속 떠돌고 있다. 이 와중에 가나아트는 전속작가들의 뷰잉룸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할리우드에 마련했다. 40주년을 맞아 글로벌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으로 그 첫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한다. 가나아트가 ‘새로운 길’을 어떻게 열어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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