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파고드는 드라마 ‘대행사’의 대사들
‘재벌집 막내아들’ 판타지
후속작인 ‘대행사’는 현실
실력과 배포로 난관 극복
‘흙수저’ 이보영의 통쾌함
시청률 4.8%서 13.4%로
“왜 직업에 귀천 없다고 했을까
그건 직업에 귀천이 있기 때문”
“‘재벌집 막내아들’이 판타지라면, ‘대행사’는 현실이다.” 배우 이보영이 주연을 맡고 있는 JTBC 드라마 ‘대행사’에 대해 심심찮게 눈에 띄는 평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후속작이라는 묵직한 책임감을 짊어진 이 드라마의 배경은 광고 대행사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에서 제2의 삶을 살게 된 진도준(송중기 분)이 주인공이다. 인생 회귀를 소재로 한 전형적인 판타지다. 하지만 ‘대행사’는 흙수저이자 지방대 출신인 고아인(이보영 분·사진)이 VC그룹 최초 여성 임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믿는 구석이라고는 자신의 실력과 배포밖에 없는 고아인이 숱한 난관을 타개해가는 과정은 미래의 정보를 활용하는 진도준의 과감한 베팅 못지않게 통쾌하고 짜릿하다. 그 결과 4.8%로 시작한 시청률은 13.4%까지 치솟았다.
월급으로 먹고사는 직장인, 그리고 그 월급을 주는 이들의 명대사가 널려 있는 ‘대행사’는 오늘도 회사 생활이 힘든 직장인의 마음에 바르는 연고와 같다.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유행하네”
원래 세상이 그렇다. 항상 바뀌고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듣던 X세대조차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볼 때는 ‘꼰대’다. 항상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광고 기획 업무를 하는 고아인조차 이렇게 읊조린다. 중요한 건, 유행 앞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유행한다고 나무라면 안 된다. 유행하는 것을 이해해야 세상의 흐름에 발맞출 수 있다.
◇“불법은 언제나 성실하구나!”
회사의 구조는 피라미드다. 올라갈수록 설 자리가 좁다. 그래서 모든 회사에는 라이벌이 존재한다. 상대를 꺾어야 내가 한 칸 올라선다. 고아인을 라이벌로 여기는 권우철은 그의 회의실을 염탐하다가, 고아인을 견제하는 동시에 권우철을 지지하는 최창수(조성하 분) 상무와 마주친다. 그때 최 상무는 말한다. “불법은 언제나 성실하구나.” 비열한 자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수도 쓴다. 그런 자들을 항상 견제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책에서 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겠어요? 귀천이 있으니까요”
오너의 딸인 강한나(손나은 분) 상무 곁에는 똑똑한 비서 박영우가 있다. 강한나는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키는 박영우에게 남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머슴이랑 정분 나면 상무님 미래는 끝인 것 아시죠?”라고 밀어내는 박영우에게 강한나는 “내가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박영우는 현실론자다. 그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는 이유가 뭔 줄 아느냐. 귀천이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한마디다.
◇“주인이 머슴 질투하는 것만큼 흉한 것 없다”
오너 일가로서 쉽게 임원 자리에 오른 강한나는 번번이 고아인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런 강한나를 보며 창업주인 할아버지(전국환 분)는 “머슴이라고 다 같은 머슴으로 보면 안 돼. 시기 질투하지 말고 반드시 네 사람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회사의 고용 관계를 주인과 머슴이라는 신분 계급으로 치환하는 불편한 대화다. 정리해고를 강행하며 “머슴을 키워 등 따습고 배부르게 만들면 왜 안 되는지 아나. 지가 주인인 줄 안다. 누가 주인인지 똑똑히 알려주는 기다”라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놈의 회사는 다니기도 힘들고, 떠나기도 힘드네”
생사의 기로 앞에 놓인 햄릿의 대사만큼이나 모든 직장인이 맞닥뜨리는 딜레마다. 승승장구하는 고아인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도전과 시련 속에 임원 자리에 올랐지만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왜 고아인은 떠나지 못하는 걸까. 적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을 믿고 묵묵히 따라오는 후배 직원들이 눈에 밟힌다. 그렇다. 결국 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 때문에 떠나고 싶다가도, 그놈의 정 때문에 떠나기도 힘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