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선수들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숙소 내 전력분석실에서 개별 지급된 태블릿PC에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KBO 제공
WBC 대표팀 선수들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숙소 내 전력분석실에서 개별 지급된 태블릿PC에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KBO 제공


■ 정세영 기자의 스프링캠프를 가다 - 대표팀‘태블릿PC 삼매경’

WBC 예선 상대 호주·일본
작년 펼친 기록 빼곡히 담아
새 데이터는 바로 업데이트

훈련 끝나면 함께 전력분석
“이게 다 들어있나”놀라기도


애리조나=글·사진 정세영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주전 포수 양의지(36·두산)는 요즘 ‘태블릿PC 삼매경’에 빠져 있다. 훈련 일정을 마치면 가장 먼저 태블릿PC를 손에 든다. 그 안에는 다음 달 1라운드에서 만날 호주·일본 등 상대국 선수들의 투타 영상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도 태블릿PC를 선수단에 지급했다. 하지만 올핸 더욱 차별화된 데이터가 장착됐다. 상대팀 선수들의 각종 기록과 프로필, 영상은 물론 주요 투수들의 카운트 별 볼 배합, 작은 버릇까지 넣은 상세 자료다.

이중 핵심은 스카우팅리포트다. 김준기 팀장이 이끄는 전력분석팀과 기술위원들은 지난해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린 WBC 예선전과 호주·일본의 프로리그를 직접 찾아 주요 선수를 관찰했고, 그 내용을 태블릿PC에 담았다. 또 세이버메트릭스(야구 데이터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술) 전문가를 영입해 데이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부적으로 분류했다. 태블릿PC의 대당 가격은 약 100만 원.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에는 수억 원이 투입됐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주전 포수로 뛰었던 양의지는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컴플렉스 훈련 중에 “올해 태블릿PC의 엄청난 정보량에 깜짝 놀랐다. 2년 전보다 어마어마하다. 이게 다 들어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각종 데이터가 빼곡하다”고 귀띔했다.

올해 태블릿PC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인터넷 환경이 고르지 않은 해외 사정을 감안했다. 김 팀장은 “데이터는 언제 어디서든 활용해야 가치가 있다”면서 “대표팀이 젊어졌고, 선수들이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 기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업데이트 기능도 추가됐다. 전력분석팀이 새로 확보한 데이터와 리포트가 있으면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고, 이 사실이 선수들의 태블릿PC에 개별 통보된다. 선수들과는 달리 코칭스태프들에겐 화면이 좀 더 큰 태블릿PC가 지급됐다. 전력 분석의 가치를 높이고 선수들에게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함이다.

체력 훈련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경기에 지친 선수들이 혼자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단체로 전력분석 시간을 갖는다.

이날 투손 클럽하우스엔 태블릿PC를 대형 TV에 연결해 호주의 전력을 탐색·분석하는 시간이 병행됐다.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은 “눈에 봐서 익혀야 한다. 운동하고 들어갈 때나 식사 전에 볼 수 있게 수시로 영상을 띄워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태블릿PC에 대한 선수단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투수 소형준(22·KT)은 “숙소에서 태블릿PC를 자주 본다. 타자들 영상을 보는데 영상이 정말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외야수 최지훈(25·SSG)도 “성인대표팀 합류가 처음인데, 태블릿PC를 보고 놀랐다. 수록된 데이터가 많아서 매일 야구 공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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