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책 제목 약간만 바꿔 출간
동명이인 작가 내세워 혼동 유발
“제목엔 저작권 없어”…흐지부지
SNS 중심으로 독자들 비난여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갤리온),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떠오름),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하이스트). 자세히 읽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유사한 제목. 베끼기가 ‘복사’ 수준이다. 뒤의 두 책은 앞서 인기를 얻은 책을 따라 만든 ‘미투 프로덕트’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다 같은 책 같다” “소송 걸어야 한다”며 독자들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비난과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는 2020년 출간된 후 일 년이 되지 않아 10만 부가 넘게 팔릴 만큼 대박을 쳤다. 이어, 2021년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이, 2022년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가 등장했다. 두 권 모두 자기계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카피캣’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나온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저자명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클레이하우스)로 유명해진 김수현 작가와 같아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김수현 작가의 새 책인 줄 알았다”며 “동명이인일 수 있지만, 출판사가 일부러 모호한 전략을 쓴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한 독자는 자신의 SNS에 김수현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며 해당 책과 함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등을 소개했다. 이에 클레이하우스는 두 작가가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공지했고, 해당 책을 만든 하이스트에 “저자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더 이상 오해가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이스트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외에도, 김민섭 작가의 에세이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창비)가 연상되는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등 베스트셀러 제목을 ‘베낀’ 출간물이 더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하이스트 측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다른 유사 제목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을 출간한 떠오름은 제목이 비슷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앞서 나온 책의 출판사(갤리온)에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책 제목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잘 팔리다 보니 더욱 관심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출판계 제목 베끼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제목엔 저작권이 없다” “양심에 맡길 뿐”이라며 흐지부지됐다. 한 출판사 대표는 “자존심도 없이 유사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해 불가다.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저급한 생각”이라며 개탄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며 “책 제목 상표 등록이 가능하고, 유사할 경우 원작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독일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한 후진적 문화와 인식을 보여준다”고 일침을 가했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독자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 독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에 대해 “출판하는 ‘태도’부터 배우시길”이라고, 또 다른 독자는 “문제 환기를 위해서라도 소송 걸 만한 일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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