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는 H.O.T, S.E.S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거쳐 엑소, NCT, 에스파 등 국내 최다 K-팝 그룹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가요기획사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거대 핀테크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이유다.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는 H.O.T, S.E.S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거쳐 엑소, NCT, 에스파 등 국내 최다 K-팝 그룹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가요기획사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거대 핀테크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이유다. 연합뉴스


■ What - SM 사태의 본질

이수만, 경영권 방어 못하게되자
실탄 충분한 방시혁에 손 내밀어

플랫폼 IT기업 표방하던 하이브
K-팝 전통성·IP 잡을 기회 얻어
팬 커뮤니티 동업 네이버가 우군

現 경영진 손잡은 카카오 ‘비상’
하이브가 이대로 SM 인수하면
네이버에 K-팝 콘텐츠 밀리는셈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K-팝이 글로벌 콘텐츠로 부각된 이 시점, SM 경영권 다툼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2조9000억 원(20일 종가 기준)의 시가총액을 가진 SM의 주인이 되기 위한 다툼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 플랫폼 기업 간 전쟁이 도사리고 있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K-팝 콘텐츠, 그들을 지지하는 거대한 글로벌 팬덤, 그 팬덤과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이 이번 다툼의 본질이다.

왼쪽부터 이성수 SM 대표,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왼쪽부터 이성수 SM 대표,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은 왜 SM 지분을 넘겼을까?

SM 경영권 분쟁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이수만’이다.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의 어제이자 오늘이다. 그의 이름 약자를 딴 SM의 창립자이자 업계의 선봉장이었다. SM의 1세대를 이끈 현진영과 H.O.T, S.E.S부터 지금의 SM을 책임지는 NCT, 에스파도 시상식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수만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이유다.

그런 이수만이 SM의 리스크로 부각된 시발점은 그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다. 지난 2000년 SM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증권신고서를 통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가수들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하는 대신, 앨범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얻는 회사였다. 향후 수수료 기준이 15%에서 6%로 내려갔으나, 20년 넘게 이수만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매년 100억 원 단위의 용역비를 챙겼다.

SM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수만에게 흘러들어 가는 막대한 수수료가 SM에 손해를 끼친다며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SM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2022년 12월 31일부로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수만은 오는 2092년까지 SM 음원 수익의 6%를 로열티 명목으로 수취하는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이수만의 수족처럼 일하던 SM 현 경영진과 이수만 사이에 합의된 내용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후 현 경영진이 지난 3일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분산하는 ‘멀티 체제’를 골자로 한 ‘SM 3.0’을 발표하며 체질 개선을 외친 후, SM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123만 주를 1주당 9만1000원(3일 종가)에 발행해 1119억 원을 조달하고, 이와 함께 전환사채 1052억 원어치(전환가격 주당 9만2300원)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하면서 이수만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이는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서는 물러났으나 최대 주주로서 자신의 역할을 기대하던 이수만이 더 이상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계약을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되면 2대 주주가 된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의 문제 제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우호 지분을 더하면 23.13%가 돼 이수만(18.45%)의 지분을 뛰어넘는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수만이 경영권을 지킬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이수만이 SM의 과거이자 미래였지만, 미래는 아니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 상황에서 이수만은 지분 매각을 통해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려 한 셈이다. 박지원 하이브 CEO가 지난 14일 이수만의 거취에 대해 “이수만의 경영 참여나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대로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 하이브의 손을 잡았나?

이수만의 지분 매각을 두고 “왜 하필 하이브인가?”라는 물음표가 끊이지 않았다. 이는 SM과 하이브의 라이벌 관계 속에서 SM 내부 관계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그려본 적이 없는 생소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SM은 K-팝 업계의 ‘형님’이자 리딩 그룹이었다. 기획형 아이돌 그룹을 초석으로 K-팝 시장의 밑그림을 그렸고, 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과 경쟁 구도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 등극을 비롯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을 석권하는 것은 SM이 오랜 기간 그리던 청사진이었다. 결국 BTS의 등장으로 인해 SM은 목표를 상실했고, 이제는 관계가 역전돼 하이브에 도전하는 컨텐더 입장이 됐다. “이로 인해 하이브에 대한 이수만의 반감은 상당했다”는 것이 SM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하며 평소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께서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언급해 왔다고 보도 자료를 냈지만, 두 사람 간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수만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주주총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그의 지분 14.8%를 4228억 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하는 ‘빠른’ 결정을 내릴 대상이 필요했다. 평소 SM이란 그룹에 관심을 두고 충분한 검증을 해오지 않은 업체로서는 불가능한 결정이다. 결국 이수만은 SM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동시에 ‘실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왜 선뜻 SM 인수에 관심을 보였을까? 이는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하이브가 SM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업계에서 회자됐다. 다만 SM이 하이브에 관심이 없었다. 카카오, CJ ENM 등과는 대화의 물꼬를 틀 여지가 있었지만 하이브와는 그 정도의 소통조차 없었다.

하이브는 상대적으로 신생 기획사다. 사실상 BTS 단 한 팀으로 일군 ‘신화’다. 하지만 신화가 계속될 순 없다. 이런 하이브가 SM을 품는다는 것은 K-팝 시장의 전통과 정통성을 모두 갖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난 25년간 SM이 배출한 지식재산권(IP)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보유한 그룹의 수만 20팀이 넘는다. 하이브가 이를 마음껏 활용하게 된다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당초 BTS를 키운 빅히트에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자생적 IP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면서 “최근 BTS의 입대로 인해 완전체 활동이 어려워졌는데, SM이 보유한 막대한 IP는 하이브의 이런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vs 카카오…결국 플랫폼 전쟁

유명 K-팝 그룹을 보유한 가요기획사를 둘러싼 쟁탈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을 봐야 한다. ‘그 이면’이란 K-팝 그룹을 지탱하는 코어 에너지를 뜻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원천은 결국 팬덤이다.

쇼비즈니스에서 수익의 주체는 당연히 스타다. 그런데 그 스타는 부서지기 쉽다. 매년 수백억 원의 수익을 내는 그룹이라도 스캔들 하나로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예를 들어, 5인조 그룹의 멤버 중 1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그룹 단위 활동은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 개별 활동에도 제동이 걸린다. 순식간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가치는 바닥까지 추락한다. 각종 CF를 휩쓸던 ‘잘나가던’ 스타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광고 위약금까지 물어주느라 빈털터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일일이 그들의 사생활까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BTS의 소속사 빅히트는 하이브로 거듭나며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 ‘플랫폼 IT(정보기술) 기업’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개별 아티스트가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문제없이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하이브의 ‘위버스’가 바로 그 모델이다. K-팝 스타와 팬들이 만나는 온라인 공간인 위버스는 앨범 및 각종 굿즈 판매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정보의 소통 창구로 활용된다. 팬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놀이터’인 셈이다. 위버스는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와 네이버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브이라이브가 통합된 브랜드다. 2021년 통합 과정에서 네이버는 4118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49%를 확보했다. 네이버가 하이브의 든든한 우군이라는 의미다.

SM 역시 유사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팬덤 플랫폼 버블이다. SM에 이어 JYP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양 사 아티스트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디어유는 엔씨소프트의 팬 플랫폼인 유니버스까지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위버스의 월간 이용자는 약 700만 명이고,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4455억 원이다. 디어유 버블의 경우 유료 구독자 120만 명에 같은 기간 매출은 510억 원가량 된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마무리하면 위버스와 디어유 버블을 통합하는 시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성사되면 K-팝을 좋아하는 글로벌 팬덤 약 1000만 명을 모은 공룡 플랫폼이 탄생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네이버의 라이벌 기업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최악의 수’다. K-팝 콘텐츠와 관련된 IP를 사실상 네이버에 모두 뺏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의 파급력을 알고 있는 카카오는 가수 아이유, 걸그룹 아이브, 에이핑크를 비롯해 배우 이병헌, 공유, 현빈 등의 소속사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거대 팬덤을 기반으로 삼는 K-팝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는 SM 인수가 이 부족분을 메워 줄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M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머니 게임’으로 보면 안 된다. 그 안에는 국경을 넘어선 다양한 팬덤을 확보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거대 IT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면서 “SM이 과연 누구의 품에 안길지 알 수 없지만,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K-팝 시장에 또 한 차례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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