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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과학 - 맛을 느끼는 감각의 비밀

배 안고파도 재미로 먹어
과정·경험 그 자체를 즐겨


맛을 느끼는 1차 관문인 미뢰는 혀의 위뿐 아니라 혀의 옆면, 입천장, 목구멍(인·후두)에도 분포하고 있다. 맥주는 목으로 맛보는 것이라며 꿀꺽꿀꺽 삼키고 “캬아” 하며 ‘목 넘김이 좋다’고 선전하는 TV 광고에도 일리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언젠가 배운 혀의 맛 지도는 잘못된 옛날 개념임이 밝혀졌다. 혀의 끝부분에서 단맛을 느낀다는 식으로 동서남북 분할 선을 그리고 각각의 맛 담당 구역이 따로 있다고 가르치던 이론이다. 5가지 맛은 혀의 모든 부분에서 모두 느끼고 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인간이 막 태어나 신생아일 때는 혀와 여러 군데에 미뢰가 훨씬 많이 분포해 있다가 10세 이후 성장하면서 서서히 퇴화한다.

혀에서 처음 맛을 느낀다는 것은 음식물을 분해한 3대 영양소의 분자가 미뢰 속 맛 세포의 맛 수용체로 들어가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혀는 수용할 뿐이고 최종 판정하는 주체는 뇌라는 이야기다. 즉, ‘맛있다’ ‘향기롭다’고 판단하는 것은 뇌이고, 우리는 뇌로 맛을 느낀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뇌는 인체 중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기관이다. 뇌를 구성하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초당 수십 번의 전기 펄스를 만들어 다른 세포들과 통신을 한다. 몸 안에서 이런 전기를 생산하려면 세포막의 이온 채널을 열었다 닫았다 개폐해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포도당(ATP) 연료가 들어간다. 뇌는 우리 몸의 2% 정도 무게이지만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20%를 쓴다.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절반을 전기 펄스 만들기에 쏟아붓는다. 전기 펄스는 미네랄인 나트륨 이온이 세포막의 채널을 안팎으로 오가면서 전위차를 형성시켜 만들어지고, 이 나트륨 채널을 여닫는 신호가 글루탐산(아미노산)의 역할이다. 포도당은 연료, 나트륨은 재료, 글루탐산은 촉매이다. 우리 뇌가 왜 단맛, 짠맛, 감칠맛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설탕과 소금, 고기는 뇌가 기본적으로 원하는 생산 자원이니까 이들을 ‘맛있다’고 해석하며 더 많이 섭취하려는 건 뇌의 생존 본능 자체이다.

그러면 우리는 혀와 뇌로 먹는다고 표현하면 될까?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뇌의 주관적·감성적 판정이니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목으로도 먹고, 코로도 먹고, 귀로도, 심지어 눈으로도 먹는다. 한 마디로 온몸 전체에서 맛을 느낀다. 그것은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영양분 공급이란 생물학적 수요를 넘어 쾌락을 추구하는 문화적인 욕구 충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 먹기도 한다. 과자 같은 간식이 대표적인 예다. 먹는 과정과 경험 그 자체를 즐긴다. 같은 음식이라도 맛있게, 멋있게 먹으려 애쓴다. 먹는다는 행위에서 맛과 멋을 찾는 식도락(食道樂) 문화는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그래서 ‘맛있는 과학’은 물리·화학·생물의 원리 말고도 감각과 인식을 다루는 심리학·뇌과학의 영역도 일부 다룰 예정이다. 인간은 입으로 음식물을 삼키지만 눈과 코, 귀로도 먹는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기분 좋은 향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코는 입이 먹기 전에 먼저 음식물을 1차 판정한다. 먹기 시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맛있을지 없을지, 더 먹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를 말이다. 우리는 지금도 미심쩍은 음식에는 코를 먼저 들이밀어 킁킁댄다. 사각사각하는 소리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먹방’에는 쩝쩝, 꿀꺽꿀꺽하는 소리 ASMR들이 넘쳐난다. 식품회사들은 더 재미있는 소리를 내는 과자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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