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2021년 4월 1일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업그레이드’라는 자료를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국민에게 지원했는지 홍보하는 자료였다. 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 1일까지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다섯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총 96조 원의 돈을 썼다. 그 뒤에도 5차 재난지원금 등 지원이 계속됐으니 코로나19 피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된 전체 재정 규모는 10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따라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이나 고용 취약 계층, 생계 위기 가구 등을 위해 쓰인 돈의 많은 부분은 주먹구구에 의존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득과 자산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통계도 없다. 그러니 저소득층을 지원할 일이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된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으니 지원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국민 세금을 나눠주면서 “새로 통계를 만들어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그냥 전 국민에게 모두 나눠주자”는 황당무계한 얘기가 그럴싸한 주장처럼 횡행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가 주춤해질 기미를 보이는 지금까지 그 많은 지원금 중에서 얼마가 ‘헛돈’으로 새나갔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먹구구로 국민 세금을 물 쓰듯 나눠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들려는 노력도 찾기 어렵다. 현 상태가 지속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또 다른 위기가 닥쳐도 코로나19 때처럼 국민 세금을 대충 뿌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일반 국민에게 통계는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일상생활에서 통계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크다. 예컨대, 요즘 매주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그러나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송인창 외교부 주요 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와 최성호 경기대 진성애교양대학장이 최근 출간한 ‘세상을 바로 보는 힘 통계 안목’(도서출판 바틀비)을 보면,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 대학 입시에도 통계에 대한 지식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수능 수학 등 일부 과목은 선택 과목 간 편차를 줄이기 위해 표준점수를 이용하는데, 통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쉽다. 대학 입학원서를 어느 대학, 어느 과로 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통계에 대한 지식이 활용될 여지는 많다.

통계 선진국이 되면 세금을 아끼고, 국민의 삶을 지금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다. 기재부 외청(外廳)에 머물러 있는 통계청을 국무총리 산하 통계데이터처로 전환하고, 예산과 조직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통계 선진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통계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부 통계 데이터 공개를 늘려서 ‘통계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통계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통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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