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코발트는 옅은 푸른빛 금속으로 산화시키면 짙은 푸른색이 된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진한 파란색은 코발트블루로 불리는데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타일이나 중국의 청화백자, 그림의 안료 등으로 널리 쓰였다. 코발트라는 이름은 광산에서 푸른빛을 띤 광석이 요괴인 코볼트(Kobold)의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요즘 코발트는 리튬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귀한 원소 대접을 받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데, 특히 삼원계 배터리의 주요 소재가 되면서 몸값은 더 뛰었다.

문제는 코발트 채굴이 노예노동에 가까운 열악한 조건에서 이뤄지는 데다 수질·공기 오염, 벌목 등 심각한 환경 파괴가 따른다는 점이다. 코발트 주 생산국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이 나라에 집중돼 있다. 콩고 인구는 1억 명에 육박하나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달러에도 못 미친다. 첨단기기 필수 소재인 코발트의 주생산국이지만, 채굴은 저임 노동에 의존하고, 가공·거래는 중국이 전담하기 때문에 콩고의 국부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9년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병원·학교 건설용 개발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구리·코발트 광산 19개 중 15개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은 콩고 코발트 생산량의 70∼80%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T H 첸 보건대학원의 시드하스 카라 연구원은 저서 ‘코발트 레드’에서 콩고의 코발트 채굴·가공·거래 과정은 과거 노예노동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썼다. 그는 최근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삽 등으로 노천에서 코발트를 캐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아이를 업은 엄마나 어린아이까지 동원된다”며 “이들이 버는 돈은 하루 1달러 안팎”이라고 했다. 콩고인의 희생으로 채취된 코발트가 중국 ‘붉은 귀족’의 배를 불리면서 코발트는 ‘코발트 레드’가 됐다. 카라 연구원은 “전기차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받지만, 그 이면엔 환경 파괴 속 노예노동으로 생산된 코발트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SK온이 ‘코발트 프리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의 코발트 독점이 낳은 콩고의 비극을 해소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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