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양쪽에 하나씩/ 쌍둥이 딸 손목을 이끌고/ 서둘러 골목길 빠져나온다/ 두 꼬마가 제각기/ 조그만 백팩 짊어지고/ 유치원 가는 길/ 어린이집 차에 태워 보내던 엄마는/ 오늘 왜 안 보이나/ 세 식구가 재잘거리며/ 여대생 기숙사 쪽으로 사라지고’

- 김광규 시 ‘아침 아홉 시’(시집 ‘그저께 보낸 메일’)


오전 아홉 시.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게 만드는 출근시간. 누가, 어떤 이유로 정한 것일까. 여덟 시는 이르고, 열 시는 늦으니까, 하고 생각했을까. 그이도 시간에 쫓기며 내달려보아야 한다. 콩나물시루 외에는 비교 불가한 만원 대중교통에 시달려보아야 한다. 하루만 겪어보면, 단 30분이라도 미뤄놓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의 출근시간은 열 시이다. 조그마한 서점이나마 사장이니까 그렇다고 우쭐대고 싶지만 실상은, 아침 일찍 서점에 오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홉 시건 열 시건 출근하기 싫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못다 한 일, 해야 하는 일로 괴롭다. 도망쳐 쿨쿨 잠이나 더 잤으면 한다. 물론 마음만 굴뚝일 뿐, 어느새 출근버스 안이다. 그러므로 나는 출근길에 사소한 즐거움을 마련해둔다. 이를테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게 되는 모녀. 그들은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이다. 아이는 언제나 알록달록 신이 나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제 엄마 주변을 뱅뱅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좋다. 며칠 못 보면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되지만, 다음 날이면 제 엄마의 손을 잡고 여전히 즐거운 아이를 보게 된다. 굳이 내 처지와 비교할 것이 있나. 덩달아 나도 생기를 얻고 오전은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온다. 아무렴. 출근시간이라도 없다면 얼마나 게을러질 것인가 나는. 이른 시간을 원망하기보다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어. 내일 아침 춤추고 노래할 수 있도록, 하고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하는 것이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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