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푸틴 측근 "대만문제 확고 지지"…방러 왕이 "양국관계 굳건"
국가안보회의 서기 "중국과 관계발전, 러 외교정책 무조건적 우선순위"
WSJ, 시진핑, 4∼5월 방러 계획 중…푸틴 만나 평화협상 촉구할 듯"
시진핑-푸틴 만남 앞두고 왕이 "안전보장 공동조처 필요" 22일 러 외무와 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5월 경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1년을 맞이한 가운데 러시아는 "대만, 신장, 홍콩 문제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히며 중국의 지지를 유도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중러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분쟁 종식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가운데 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자 평화 대화를 촉구하고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외교 관련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방러 기간에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에 관해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방러 시점은 4월 또는 5월 초로 예상된다. 3월에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5월 초 방문할 경우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과 겹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려는 시 주석의 중립적 스탠스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과 ‘무한한 우정’을 약속했던 것에서 상당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지지했을 뿐 아니라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린 것은 물론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제품도 아낌없이 수출해왔다.

중국은 이러한 태도에 대한 서방의 비판과 불신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새로운 정책 스탠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왕 위원은 최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이번 주 내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독자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등과 만나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6자회담을 주도해 국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한 적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위원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은 대만, 신장, 홍콩 등 문제에 대한 지지 입장과 함께 양국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서기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서방은 개발도상국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에 반대하고 있다"며 "중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러시아 외교 정책의 무조건적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관계는 본질적으로 중요하고, 외부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다"고도 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이 벌인 유혈사태는 하나의 예일 뿐"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양국을 봉쇄하기 위한 서방의 움직임에 맞서 국제 영역에서 양국 협력과 조율의 심화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맥락에서 서방이 중국을 폄훼하기 위해 대만과 신장, 홍콩, 티벳 문제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양국 관계는 성숙하고 굳건하다"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로 인한 어떤 도전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국익을 수호하고 상호 호혜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변덕스러운 국제 정세에서 양자 의제, 국제 및 역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또 "양국이 서로의 안전 보장을 위해 새로운 공동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으나, 추가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박세영 기자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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