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고 하는 우수(雨水)가 지나며 봄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코앞에 다가온 봄소식에 설렘을 느끼는 이들도 많을 테지만 이맘때쯤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탓에 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춘곤증 때문이다.
춘곤증은 갑작스러운 계절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생리적 피로감을 말한다. 소화불량과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며 졸음을 이기기 위해 연신 하품과 기지개를 켜게 되기도 한다. 이같은 하품은 실제로 졸음 완화에 도움이 되는데 깊은 호흡을 통해 뇌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고 뇌의 온도를 내림으로써 각성 효과를 일으킨다.
이 외에도 체내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돕는 등 하품은 춘곤증 해소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과하면 문제가 되는데 지속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원인이다. 턱관절에 무리한 부담이 누적돼 ‘뚝’, ‘덜컥’하는 관절음과 함께 통증이 나타나거나 턱관절이 탈구돼 입이 갑자기 다물어지지 않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 악관절 장애라고도 불리는 턱관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턱관절 내부의 장애나 염증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한다. 입을 벌릴 때마다 잡음이 발생하며 턱 주변으로 나타나는 통증 탓에 음식을 씹거나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증상이 악화되면 자력으로 턱을 여닫기 어려워지거나 안면비대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50~60대 턱관절 장애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시니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와 60대 턱관절 장애 환자는 2018년 대비 2021년에 각각 22.1%, 3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새 가파른 증가세가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경우 신체 노화로 인해 턱관절 장애 증상이 빠른 속도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턱관절 장애 치료에 있어 대표적인 한방 치료법 중 하나로는 추나요법이 있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바르게 교정하는 수기요법이다. 먼저 저작운동의 중심축이 되는 목뼈(경추)의 배열을 바로잡아 전신의 균형을 회복시킨 뒤 턱관절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다.
이 같은 추나요법의 턱관절 장애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건강 및 의학 대안치료(Alternative Therapies in Health and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턱관절 기능과 통증, 삶의 질 개선에 추나요법이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연구팀은 추나요법을 받은 턱관절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 총 12편을 분석했다. 이어 개별 연구 간의 표준화된 비교를 위해 추나요법 치료군을 기준으로 물리치료, 초음파치료 등을 포함하는 의과 통상치료군과의 평균차를 분석한 결과 시각통증척도(VAS) 감소 폭의 평균차가 -1.17로 나타났다. 통상 VAS는 숫자가 낮아질수록 통증이 더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위 결과는 추나요법을 받은 환자군이 의과 통상치료를 받은 대조군보다 통증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울러 턱관절 기능과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도 추나요법 치료군이 통상치료군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내의 탁한 공기는 산소 부족으로 인해 하품이나 권태감을 높이므로 자주 환기를 하도록 한다. 하품을 비롯해 턱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습관들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턱 괴기, 한쪽으로만 음식물 씹기 등 무심코 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들을 교정해 턱관절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봄 잠은 가시덤불에 걸어져도 잔다’라는 속담이 있다. 춘곤증으로 너무나 졸음이 온 나머지 가시덤불 위에서도 잠이 든다는 의미다. 이처럼 떨치기 힘든 졸음을 하품으로만 거둬내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도 무거워지는 눈꺼풀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잠을 이겨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