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진료대란’ 개선대책

소아응급 전문의 배치 여부
상급병원 지정 평가에 포함
민간병원 고용기피 해소 유도

전문 의료인 전화상담 추진
휴일·야간에 치료법 등 안내


경기 군포시에 사는 21개월 영아 A 양은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급성후두염으로 악화하면서 호흡곤란이 나타났다. 응급상황이 닥치자 A 양 어머니 B 씨는 119 전화 안내를 받아 경기도 한 대형병원에 찾아갔지만,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결국 B 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50㎞를 운전해 서울 구로구의 한 어린이병원에 겨우 입원을 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에는 대형병원에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구급차 뺑뺑이’를 돌다가 숨진 영유아도 여러 명이었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의 주된 취지는 이 같은 중증·응급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차질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진료 인프라를 강화해 민간병원이 소아과 전문의를 의무 고용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유도해 전공의들의 소아과 기피 현상도 일부 해소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소아 응급 전담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 여부를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예비 지표에 우선 포함했다가 추후 본 지표에 반영한다. 소아중증입원 전담전문의 채용 여부도 내년부터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본 지표에 포함된다. 상급종합병원이 소아 응급과 소아중증입원 전담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지정 기준 심사에서 불리한 배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그동안 민간병원들이 소아과 의료 수가가 낮아 전문의 고용을 기피했던 현상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의 배치기준이 강화되면 전문의 취득 후에도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소아과를 기피했던 전공의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8곳에서 12곳으로 늘린다. 소아 응급 인프라를 보강해 위급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중증으로 악화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해 의료인이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도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센터에서는 증상 상담, 처치 방법뿐 아니라 응급 및 야간·휴일 운영 의료기관을 안내해준다.

중증 소아 치료를 맡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현재 10곳에서 14곳으로 늘리고,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도 5곳을 육성해 수도권 대형 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소아과 진료 기반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소아 의료 수요는 급감했지만 다른 진료과와 달리 소아과는 비급여 항목이 없어 거의 진찰료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남아에서도 소아과 기본 진료비가 5만∼6만 원인데 한국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병원 유지가 어렵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몇 년 새 소아과와 전문의 등 의료자원은 급감하는 추세다.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2년 27.5%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소아과 의사 1명당 소아중환자 수는 일본은 1.7명인 반면 한국은 6.5명이다. 소아과 폐업은 증가해 최근 5년간(2017∼2022년) 소아과는 3308개에서 3247개로 줄었다.

권도경·이현웅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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