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등 인기분야만 몰려
‘의료 생태계’ 붕괴 위기감


소아과 진료 대란이 현실화한 와중에 다른 필수의료과에서도 의료 생태계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수익과 삶의 질이 보장되는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과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을 제외한 대부분 필수의료 분과에서는 전공의 기피현상과 지역별 의료 편중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 기반은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3D과’를 중심으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전공의 확보율을 살펴보면 소아과 20.1%, 흉부외과 49.1%, 외과 65.2%, 산부인과 74.8%, 응급의학과 85.3% 순으로 낮다.

흉부외과의 경우 의료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고령화와 의료 수요 증가로 인해 10년 전과 비교하면 심장수술은 33.8%, 폐암수술의 일종인 폐엽절제술은 77.4% 늘었지만, 신규 인력 유입 규모는 크지 않다. 올해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40명대로 지난해 21명보다 50% 가량 늘었다. 현직의사도 고령화되고 있어 전국 흉부외과 전문의 1161명의 37.5%인 436명은 10년 내 정년퇴직한다.

산부인과는 저출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합계출산율(출생아 수)은 2012년 1.3명(48만 명)에서 2021년 0.7명(26만 명)으로 급감했다. 국내에 분만 가능한 산과는 2007년 1027곳에서 지난해 474곳으로 반 토막 났다. 분만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도 105곳에 달한다. 강원 평창군의 경우 1시간 내 이동 가능한 분만 산과가 아예 없다. 2021년 출생아 수가 106명밖에 없어 분만산과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외과는 매년 전공의를 100% 확보해도 세부진료분과별 편중현상은 심각하다. 신경외과 전공의 중에서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 전문의를 택하는 이들은 전체 10%대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수익이 보장되는 척추 전문의로 몰리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기피 과는 대부분 의료 수가 구조가 왜곡돼 있고 전공의와 전문의가 부족해 줄당직 등 격무에 시달리는 과”라면서 “20대 젊은 층들의 직업관과 사고방식이 변한 만큼 세태를 반영해 정부가 지원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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