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앞둔 21일 거센 신경전을 펼치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욱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모두 대사직을 역임한 박노벽(사진) 전 대사는 양측이 각각 얼마나 단합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변수라고 평가했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이념을 놓고 충돌했던 과거 냉전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각국이 이익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신(新)다극체제’의 시작점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 대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판단 착오와 단합 여부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사실상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맞대결”이라며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5배 큰 나토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30만 예비군을 동원하고, 겨우내 참호를 파는 등 전쟁을 대비했다”면서도 “지금까진 내부 결속을 잘해왔지만, 과연 이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 측근 그룹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중요 포인트다. 박 전 대사는 “‘실로비키’로 불리는 정보기관 출신 강경파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며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등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혼란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내년 초까진 푸틴 대통령이 도전을 막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막대한 희생과 도시 파괴에서 단합을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이는 서방의 무기 지원과 관련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박 전 대사는 “미국과 서방이 어느 선까지 지원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향후 전 세계 질서는 미국의 지도력 발휘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대하에서 신다극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신냉전보다 대립 구도라는 말이 적합해 보인다”며 “여러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이익을 찾고, 이 과정에서 분쟁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이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대사는 “북·중·러와 한·미·일과 같은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외교 접근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신다극체제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