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늦어진 ‘성인 이행기’
출산연령도 27.99→32.61세
“결혼보단 경제적 자립이 중요”


법적 성인 연령과 달리 실제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성인 이행’ 시기가 길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 청춘들의 안정적인 자립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발표한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과 출산 인식과 함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에서 보이는 ‘성인 이행기’가 나타났고, 혼란을 겪는 청년이 늘고 있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은 18세부터 34세까지를 ‘성인 이행기’로 분류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6년 56%에서 2021년 39.1%로,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4%에서 37.2%로 빠르게 떨어졌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최초로 혼인하는 연령은 2011년에는 남성 31.9세, 여성 29.1세였으나, 2021년에는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높아졌다. 이 영향으로 평균 출산 연령도 2011년 31.4세에서 2021년 32.6세로 상승했다.

이러한 인식은 청년들의 주관적 인식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성인 연령(만 19세)이 지났음에도 스스로 성인이 됐다고 자주·항상 느끼는 비율은 30세(56%)에서야 절반을 넘었다. 20세(28%)는 물론 25세(35%)조차 성인이 됐다고 자주·항상 느끼는 비율이 가끔 느낀다거나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비율보다 훨씬 낮았다. 주관적 성인 인식의 지연에 따라 결혼과 출산 연령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현재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는 거시적 변화”라며 “청년 및 저출산 정책은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개인이 자기 삶의 지향과 선택을 실현하고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립 지원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 연구위원에 이어 ‘저출산 현황과 정책과제’를 발표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이뤄진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의 결혼·출산 인식 변화를 살폈다. 최 교수는 “대다수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계도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실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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