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공급 부족에 ‘과부담’
매매 건수도 12개월 연속 하락


미국에서 고금리가 이어지며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돌파했지만 높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주택 가격 탓에 신규 주택 구매는 요원한 상황이다.

21일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무디스 애널리틱스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 부족 등으로 주택 임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평균 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전년 대비 1.5% 증가하면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0%를 찍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는 가구를 ‘월세 과부담(Rent-burdened)’으로 정의하는 가운데, 이제는 미국의 평균 세입자가 이 범주에 속하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높은 주담대 금리가 우선 거론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가 오른 탓에 많은 가구가 주택 구매를 포기했고, 세입자들이 월세로 몰리며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30년 만기 주담대 고정금리는 6.32%까지 치솟은 상태다. 지난해 같은 시기 3.55%와 비교하면 3%포인트 가까이 높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평균적인 가구의 주담대 상환액도 매달 1800달러(약 235만 원) 이상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산했다.

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뉴욕으로 나타났다. 뉴욕에서 세입자들은 소득의 68.5%를 월세로 지출했고, 마이애미(41.6%), 포트로더데일(36.7%) 등이 뒤를 이었다. 더힐은 “(고금리 현상 외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주택 구매가격과 월세가 꾸준히 오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로 인해 주택 매매 시장도 힘이 빠졌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집값에 대출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의 주택구매능력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특히 NAR에 따르면 1월 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12개월 연속 감소로 지난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감소세다. 이에 따라 매달 주택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1월 기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1.3% 올라 13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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