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진행’ 잇단 진단에
채권전문가 66% “동결” 예상

美긴축 전망에 환율 1300원대
2월 동결해도 4월 인상 나설듯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추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경기 둔화를 고려해 이번에 동결을 택하더라도 향후 미국의 긴축 정책과 보조를 맞추게 되면 최종금리는 연 3.5%인 현재 수준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22일 시장에서는 현 수준 동결 요인과 베이비스텝 압박 요소가 섞여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창용 한은 총재의 전날 국회 답변에도 두 가지 메시지가 혼재돼 있다.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가 3월 이후로는 점차 하락해 연말에 3% 정도 갈 것을 바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업무보고 자료에서 긴축 기조 연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그간 금리인상 파급효과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은 금통위 내 기류가 물가 안정만 바라보고 기준금리 7연속 인상을 결정했던 지난해와 달라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반대로 이 총재는 “최근 한두 달 사이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생겨 물가가 그 기조로 가는지가 관심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대중교통 요금까지 인상되면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에 대한 2차 파급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이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긴축 완화 기대감이 퍼졌으나,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 뒤 분위기가 급반전됐기 때문이다. Fed의 긴축 장기화 우려는 서서히 시장에 반영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3.668%를 기록했다. 지난 3일 3.11%였는데 약 3주 만에 0.558%포인트나 올랐다. Fed의 매파 의지는 원화 약세도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1306.2원에 개장해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1310.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한은이 2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3월 미국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4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66%는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의 동결 전망 응답률(33%)과 비교해보면 시장의 금리 동결 기대는 급격히 상승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들어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놓았다. 급격한 경기 둔화 국면은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한은으로서는 이번 동결 결정이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대내외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왔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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