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4)현대차그룹
상황에 따른 운전자 니즈 파악
능동적인 모빌리티 체계 연구
2025년까지 국내 63조원 투입
신기술 개발·신사업 적극 추진
모빌리티 시장 선도위해 총력
글로벌 SW센터 설립 가속도
성남=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자리한 현대자동차그룹 선행기술원 출입부터 쉽지 않았다. 외부인 출입명부 작성은 물론, 소지한 모든 전자기기의 카메라에는 테이프가 붙여졌다. 선행기술원 관계자는 “직원들조차 사무실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며 “미래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연구소이기 때문에 보안 관리가 삼엄하다”고 말했다.
선행기술원은 조금 비밀스러운 곳이다. 현대차그룹 R&D의 산실로 통하는 남양연구소가 위치한 경기 화성시와도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남양연구소가 즉시 양산 및 2∼3년 후 양산이 가능한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한다면 선행연구원은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소다. 몇 년 전부터 주요한 기술 트렌드인 ‘기술의 융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21년 설립돼 규모는 작지만 석·박사급 인재 200여 명이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설립 한 달 만에 연구소를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선행기술원은 현재 탄소 중립, 모듈러 자동차(Modular Vehicle), 개인화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고효율화와 모빌리티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 등을 발굴하고 있다. 기술원 관계자는 “목적에 따라 모빌리티의 용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차체 기본 구조, 섀시, 구동계 등을 연구해 모빌리티 내 공간을 창출하는 기술도 주된 연구 분야”라고 말했다.
개인화는 2025년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하기로 한 현대차그룹 전략의 중요한 세부 과제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운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모빌리티가 이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양자컴퓨팅도 관심 분야 중 하나다. 고전 컴퓨터 대비 성능이 향상된 양자컴퓨터 특화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향상된 머신러닝·최적화·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시장 선도를 위해 미래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2025년까지 국내에 투자하기로 한 63조 원 중 8조9000억 원을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에 투입한다. 우선 챗GPT로 뜨거운 AI 분야 연구를 위해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를 설립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가 총 4억2400만 달러를 출자하는 방식이다. 로봇 AI 연구소는 운동지능, 인지지능 등 로봇 기술력을 발전시켜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 및 모델 등을 개발하고 로보틱스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사업화하기 위한 본격 실증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대 신속한 SW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 ‘글로벌 SW 센터’도 설립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SW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SW 역량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SW 센터의 조속한 출범으로 시장 변화에 적시 대응할 방침이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도 현대차그룹의 미래 역점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 개발 및 핵심 기술 내재화, 인프라 조성,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RAM 기체의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및 배터리 추진 시스템, 슈퍼널이 개발 중인 UAM 기체의 배터리 추진 시스템에 대한 공동 연구를 2025년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 되기 위한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모빌리티 분야의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아이온큐’ 창업자 김정상
“양자컴퓨터 통해 자율주행 기술·배터리 성능 크게 높일 것”
“양자컴퓨터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과 배터리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습니다.“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의 창업자 김정상(사진)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래 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자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사용하는 데이터 단위인 비트가 아닌 큐비트를 활용해 슈퍼컴퓨터로 해결 불가능한 난제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야다. 이미 IBM,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들은 앞다퉈 관련 기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온큐는 구글과 아마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지난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을 잡았다. 아이온큐는 현대차그룹 기초소재연구센터, 선행기술원과 ‘더 나은 모빌리티 구현’을 위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동력원의 성능 개선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동력원 개발에 필요한 소재와 물질의 화학적 성질과 촉매반응을 이해하는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양자기술로 차량 주변의 객체들을 감지하고 분별하기 위한 기계학습 능력을 높여 자율주행의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업계가 당면한 큰 전환점에서 차세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도입해 앞서 나가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자동차업계 현안인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동력원의 효율성 향상과 자율주행 객체 분별 능력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간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의 관건은 기술보다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라면서 “양자컴퓨터가 성능과 비용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탑재한 차량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현대 계산과학의 난제로 꼽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성연구, 소재품질 개선, 물류 처리 효율성, 모빌리티 차량 관리 등의 최적화 문제에 활용할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선제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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