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유전자 억제’ 마이크로RNA
‘다이서’단백질에 의한 생성 규명


우리나라 연구팀이 단백질 합성의 스위치에 해당하는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 생성 원리를 대부분 밝혀냈다. 암 등 난치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새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내용을 담은 두 편의 논문은 이례적으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동시 게재됐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은 20여 년의 연구 끝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miRNA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miRNA의 전구체(前驅體·precursor)를 자르는 첫 번째 가위에 해당하는 ‘드로셔’ 단백질의 역할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가위 ‘다이서’ 단백질까지 그 작동원리를 파악함으로써 RNA 치료제를 안전·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텄다. 김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깝게 가있는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생명의 설계도인 디옥시리보 핵산(DNA)은 자신의 유전 정보를 베껴서 외부로 운반한다. 이 전사(轉寫·transcription) 과정에서 만들어진 복사본을 전령(messenger) RNA라 한다. 전령 RNA는 베낀 정보에 따라 20종의 아미노산을 합성하고 그 단백질이 생명체가 된다. 그리고 전령 RNA에 담긴 유전 정보를 켜거나 끄는 스위치 또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존재가 miRNA이다. miRNA의 이런 기능을 ‘RNA 간섭’이라고 한다. 전령 RNA에는 암이나 치매 등 질병의 유전 정보도 복사돼 있기 때문에 miRNA의 RNA 간섭을 통해 원치 않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하면 RNA 치료제가 된다. 이 치료제를 만들려면 miRNA의 생성 원리와 조절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IBS 연구단은 miRNA의 전구체를 자르는 드로셔 단백질에 이어 이번에 다이서 단백질의 작동 원리까지 알아냈다. 우선 miRNA 전구체를 100만 종 넘게 합성한 뒤 여기에 다이서를 붙여 얼마나 잘 잘렸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이서가 miRNA 전구체의 절단 위치를 결정하는 서열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GYM 서열’이라 명명했다. GYM 서열을 통해 만들어진 miRNA는 RNA 간섭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불필요한 유전 스위치를 마음먹은 대로 끌 수 있다면 질병 치료제를 보다 손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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