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8일의 일이다. 경찰이 코로나 사태 당시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찾아갔다.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갖고 갔지만, 민노총이 막아서자 군말 없이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는 민노총을 상전으로 모셨다.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의 민노총 압수수색은 정반대였다. 국정원 직원들이 북한 지령문을 찾는다며 곧바로 직진했다.
‘민노총=대기업 귀족노조’는 오래전의 인식이다. 노동계는 지난 5년 동안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동부연합이 민노총 지휘부를 장악한 게 하나고, 또 하나는 경기동부가 비정규직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때 민노총 조직원이 100만여 명 늘었는데, 상당수가 정규직화를 원하는 비정규직이었다. 2014년 도입된 위원장 직선제도 큰 역할을 했다. 경기동부 출신이자 기아차 비정규직이었던 양경수 위원장과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 등이 탄생한 배경이다.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민노총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정치 이념투쟁에 골몰한 ‘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와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총동맹(동맹)’ 사이에 균열이 커졌다. 동맹은 기업주의 노동운동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주류가 됐다. 총평은 공무원·교사·공기업 노조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 파업은 경기동부 쪽 화물노조가 주도했다. 반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현대제철 등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은 일찌감치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 대우조선·포스코 지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노조는 민노총 탈퇴 찬반투표까지 했다. 서울지하철도 “명분 없는 파업”이란 MZ 조합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전직 노동연구기관장의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민노총의 급소를 찌르고 있다. 대기업 산별노조와는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하는 대신 경기동부 쪽의 건설·화물·택배노조와는 정면 대결을 불사한다. 영리하게 민심을 등에 업고 유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 노조 탈퇴 문턱을 낮추는 것이나 NL계 약점인 북한의 대남공작 수사부터 치고 들어온 것도 치명적 수순이다.” 그는 “민노총이 출범 2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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