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노조들이 상당액의 예산을 쓰면서도 회계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다 보니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노조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노조의 채용 비리 또는 고용 세습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자주 목도돼 온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 노조의 고용 방해 행위나 금품 갈취 및 업무방해 등의 행태가 오랜 기간 도를 넘어 이뤄지면서 많은 기업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토로해 왔다.
이런 와중에 노동개혁의 하나로 노조 회계의 투명성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오랜 기간 노조가 전임자나 상근자를 두고 조합 재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하면서 누적돼 온 노조 간부들의 권위적·정치적·비민주적 행태들이 노조의 공정대표의무를 저버린 것과 관련, 합법적 노동운동을 점차 경원시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1000명 이상 노조에 대해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327개 노조 중 207개 노조가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제출했다고 한다. 다행히 25%의 노조는 제대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노동조합의 감사기관으로 회계감사원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조합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업무 감사권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업무 집행이 노조 설립 목적에 타당한지 또는 법과 규약 또는 노조 설립 목적을 위반하지 않았는지를 감사할 수 있다. 이는 노조가 조합원에 대한 주의의무·충실의무·공정대표의무 등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감사하기 위함이다.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 해주는 정부로서는, 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조합원의 회계장부 열람권을 보장하고 회계감사 사유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노조 내부의 민주화와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노조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와 예산집행 과정의 투명성 제고는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는 지도부의 리더십과 운동 대오 구축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비난과 내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벽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대다수 국민과 MZ세대는 이 점을 중요시한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조의 위상에 비춰 책임 있는 조직으로서의 투명성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노조의 일반회계와 별개로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에도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향후 잘 관리하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자체 지원 사업의 경우는 정치활동·선거 등과 관련해 불투명한 사안이 매우 많고 일거에 치유될 수 없는 관행들이 심각하게 누적돼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혈세가 상당히 새고 있는데 누구도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는 특권지대가 있음을 국민도 알아야 한다. 단번에 치유하긴 쉽지 않겠지만, 그 실상이 어느 정도는 공유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재정의 투명성 제고라는 명제는 이제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단순히 노조 탄압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통해 당당하고 떳떳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조합원에 대해 선량하고 성실한 의무를 다하는 노조들에 대해서는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차제에 상생의 시대에 걸맞은 건전하고 투명한 노사 관계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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