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씨,생업에 한때 학업포기 2019년 법학학위 시험 재도전 “3~4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 독학하면서 많은 지식 쌓고 세상 사는 안목도 넓어졌어요”
“법을 통해 옳고 그름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도전한 결과, 오랜 꿈이었던 법학 학사를 취득하게 돼 기쁩니다.”
독학으로 학위 취득에 도전한 지 30년 만에 올해 법학사를 취득한 이주원(60·사진) 씨는 24일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어린 시절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학업에 대한 도전과 열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었다.
이 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1984년 중학교, 1988년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 뒤 지난 1992년엔 독학학위제 시험까지 도전했다. 독학학위제는 경력단절여성, 재직자, 재소자 등 대학에 가기 어려운 성인 학습자가 스스로 공부해 국가 주관 시험을 통과하면 학위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생업이 걸림돌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레미콘 회사에 근무하면서 공부로부터 잠시 멀어졌다가 2019년에 법학학위 시험에 다시 도전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이미 나이가 많이 찼으니 공부를 포기하라고 했지만, 독학하면서 많은 지식을 쌓고 세상 사는 안목도 넓어져 학위를 꼭 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결국 첫 시험 도전 후 30년 만인 이날 오전 ‘2023년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법학사를 취득하고 국회 교육위원장 상까지 받았다.
처음 법전을 손에 쥐었던 때를 떠올리며 이 씨는 “참으로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3~4년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면서 “교수님 밑에서 모르는 걸 물어보며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인터넷 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어려운 책을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고 말했다.
어려웠지만, 배움은 이 씨에게 힘이 됐다. 레미콘 회사 재직 시절 공부했던 법학 지식은 회사 내부의 하도급 계약이나 채권 정리 등을 처리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이후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합격했는데, 당시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원장 강대중)에 따르면 이 씨처럼 올해 학점은행제와 독학학위제로 교육부 장관 명의의 학위를 취득한 인원은 총 3만7100명이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학위 수여식에서 성적 우수자, 우수 학습사례 등 모범적인 우수학습자 30명에게 최우수상, 우수상, 특별상 등을 시상했다. 학점은행제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전문대나 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수여하는 평생학습 제도로, 1997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