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권혜성(여·32)·박영진(30) 부부

남편과 저(혜성)는 처음에는 ‘창과 방패’ 같은 관계였어요. 2015년 12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던 한 호프집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같이 마시자”고 말을 걸어왔는데, 처음엔 거절했다가 능글맞게 웃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남편과 결국 합석하게 됐습니다. 동갑이라더니 2살이나 어렸습니다. 남편은 제가 무척 마음에 들어 작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고 해요. 남편은 열정적으로 구애했지만, 전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연애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진로를 고민하던 때였고, 업무도 많아 한마디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전 회사 일에 지친 직장인이었죠.

‘만나달라’며 조르는 남편을 다시 보게 된 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저를 위로해 줄 때였어요. 이직 고민이 많았던 때였는데 “아직 뭘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이니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쪽으로 부딪혀봐라”라며 “후회도 경험이 되면 앞으로 나아갈 발판이 될 거야”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전혀 어린 대학생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열렸습니다. 그제야 “난 누나가 좋은데, 우리 만나볼래?”라는 그의 고백을 받아 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사랑꾼’이에요. 목이 좋지 않은 저를 위해 손수 배도라지 차를 끓여주고,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저를 기다리다 마실 것을 주고 가기도 했어요. 동료들과 함께 먹을 간식도 직접 만들어오고, 기념일에 저를 위한 노래까지 만들어줬죠.

남편은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 사업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6년간 서로 응원하고 지지했습니다. 남편은 청약에 당첨된 날, 저에게 “같이 살 집이 생겼다”며 프러포즈했습니다.

지난해 결혼한 저희는 나이 들어도 좋아하는 일과 사랑을 함께하는 커플이 되고 싶어요. 친구처럼 재미있게 서로 배려하며 지금처럼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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