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합니다 - 서원선·이인경 부부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창작개발원 원장과 전문위원으로 종이접기를 생업으로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서원선, 이인경 종이접기 작가입니다. 세계를 통틀어도 부부가 모두 종이접기를 직업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종이접기, 그중에서도 강사가 아닌 창작 종이접기를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부부는 20여 년이 넘도록 함께 종이를 접으며 국내 창작 종이접기 1세대로서의 위치 공고화와 후학 양성 그리고 새로운 종이접기 개발에 일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적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은 아니지만, 종이문화재단과 ㈜종이나라의 지원과 협조로 종이접기에 전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건 커다란 행운과 기회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들 부부가 여타 중년 부부들이 겪었음 직한 삶의 질곡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돌파구로 찾은 것은 종이접기라고 합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바자회에서 사 온 종이접기 책에서 비롯된 이 부부의 종이접기는 누구보다도 더 잘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세계 창작 종이접기는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이즈음 부부는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에 힘썼습니다. 그동안 인연을 맺은 작가들이 현재 각 나라와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은 물론, 세계 종이접기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들로 성장함에 따라 이들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 또한 부부의 주된 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부부는 국내에서보다는 ‘레드 앤드 화이트 페이퍼(Red & White Paper)’라는 이름으로 해외 종이접기계에 더욱 알려져 있고, 그래서 해외 여러 종이접기 컨벤션(각 나라와 단체가 일 년에 한두 번씩 모이는 종이접기 행사)에 수차례 초청된 세계 종이접기계의 유명 인사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국내에 처음 창작 종이접기를 본격적으로 알린 선도적 작가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창의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 문화와 취미생활 정도의 종이접기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에서 이들이 발붙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이러한 인식이 많아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종이접기 작가가 종이를 얼마나 크게, 작게, 많이, 빨리 혹은 오래 접는가에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의 문제보다는 왜,혹은 어떻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그만큼 종이접기의 본질에 좀 더 접근하고 싶어 합니다. 또한 방송 등에서 종이접기 작가를 희화화하는 모습에 이들 부부는 방송 출연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종이접기는 특이한 손재주가 아닌 치밀한 계산과 무한 반복되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알기에 흥미와 재미로 접근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대중의 인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들 부부가 집필한 ‘중간계 종이접기’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종이접기 책이 스테디셀러로 종이접기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도 종이접기의 본질에 좀 더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래 들어 이 부부는 한지를 이용한 종이접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 작가들도 종종 한지를 쓰는데, 우리나라의 종이임에도 현대 종이접기에서 한지의 역할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서화에 주된 목적을 가진 한지는 종이접기라는 분야에서는 (특히 복잡하고 수백 번의 접기를 해야 하는 현대 종이접기 예술작품의 경우에는) 보풀이 일어나고 고정력이 떨어지므로 특정한 몇몇 전통 종이접기(고깔, 지방 등)를 제외하고는 매우 부적합한 종이입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한지에 풀을 먹이고 색을 들여 현대 종이접기에 가장 최적의 종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접습니다. 이러한 풀 먹인 한지는 세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종이접기용 종이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하는 우리의 한지가 종이접기 분야에서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날을 기대합니다. 3월부터 압구정역에 위치한 센터에서 종이접기 창작 노하우를 전수하는 K-종이접기 창작 프로그램도 개설한다고 하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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