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심야할증까지 부담
술 깨고 귀가·대중교통 이용
기사들 “야간운행 취객 없어져”


“택시 손님이 줄면서 진상 취객도 함께 사라졌어요.”

택시 요금 대폭 인상으로 인해 택시가 ‘고급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에 귀가할 수 있도록 술자리를 일찍 끝맺는가 하면, 술에 취해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떻게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모습이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일상의 저녁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28일 서울 지역 택시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단행된 요금 인상과 더불어 취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분석이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영철 씨는 “술 먹고 토하거나 시비 거는 승객들을 상대하는 게 야간 운행의 주 업무라 그동안 야간 운행을 피해 왔는데, 요금 인상과 더불어 이런 진상 취객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전국택시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0년)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당했다고 답했지만 요금 인상 후 이런 승객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버스·지하철이 다니는 시간에 저녁 자리를 마무리하는 추세다. 다음 날 출근 부담이 없는 대학생·취업준비생은 술자리가 늦어지면 이튿날 버스·지하철 첫차 시간까지 버티다 첫차를 타고 귀가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정미소(여·28) 씨는 “술자리가 길어지면 버스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오전 5시 무렵까지 술자리를 이어가거나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들어간다”며 “심야 할증 요금까지 생각하면 선뜻 택시를 타고 귀가하기 두렵다”고 말했다.

술자리 이후 귀가 수단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여유 수준’을 가늠한다는 직장인들도 있다. 30대 직장인 최성재 씨는 “강남에서 회식을 마치고 일산까지 당당히 택시 타고 귀가하는 후배를 보면서 동료들끼리 ‘집에 여유가 있나 보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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