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접수
5년간 자사주 매입계획 설명에
공장 근로자 보육지원까지 요구
까다로운 규제 더해지며 우려
가드레일 세부 지침 발표 촉각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8일(현지시간)부터 반도체 시설투자에 나선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원 신청을 받으면서 자사주 매입계획 설명·목표 미달 시 지원금 회수 등 엄격한 규제를 내걸고 나섰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명분이지만, 반도체 기술·장비 이전 규제에 이어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까지 붙이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반도체 보조금 지침을 시작으로 3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배터리 광물 기준 등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발표하는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지침을 통해 보조금 신청 기업에 향후 5년간 자사주 매입계획 설명을 요구하고, 특정 단계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지원 중단 및 회수 등의 고강도 규제를 설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해당 기업들은 공장 직원 및 건설 근로자들을 위한 보육지원 계획까지 내놓아야 한다. 상무부는 5년간 390억 달러(약 5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특정 산업에 지원하는 만큼 지원된 보조금이 낭비될 소지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이다. 2020년 이후 미국 내 발표된 반도체 시설투자가 40건 이상, 향후 10년간 1956억 달러에 달하는 등 반도체 기업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상무부가 예상을 웃도는 고강도 규제 지침을 내놓은 이유로 지목된다.
납세자들의 세금 낭비를 막는다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들도 지나친 규제가 자국 내 최소 2개 이상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목표 달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바이든 행정부에 환경영향평가 등에 있어 규제를 간소화하지 않으면 일부 프로젝트는 “(건설이) 승인되기까지 최대 7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육시설 의무화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보육산업 종사자가 5만8000명 감소한 데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밀집된 텍사스, 애리조나 등에서 특히 보육교사 구인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증설할 수 없다는 규정에 고심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3월 초 가드레일 관련 세부지침을 발표하고, 3월 말에는 IRA의 전기차 핵심광물 관련 하위 규정, 바이오 행정명령 규제안 등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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