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파문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활로를 보여준다. 체포동의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138표)됐지만, ‘가결 같은 부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서 이탈표가 쏟아졌다. 찬성 139표에 기권(9표), 무효(11표)를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는 159표로,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와 친위 그룹에는 충격이겠지만, 당내에 합리적 세력이 뿌리 뽑히진 않았음을 당 안팎에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부터 전개될 민주당 내부 노선 경쟁의 결과에 따라 당의 사활이 결정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종 확인될 것이다.

본회의 투표 직전까지 의총을 열고 이 대표가 비명계 및 무소속 의원을 만나는 등 표 단속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내세운 “정치 탄압” “보복 수사” 주장이 당내에서도 설득력이 없다는 반증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확인해 줬다”고 했지만 공허할 뿐이다. 대표직 사퇴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를 향해 노골적으로 “함께할 수 없다. 당을 나가 달라”고 말하고, 이 대표의 지지 그룹인 ‘개딸’은 전화·문자 폭탄 돌리기를 시작했다. 반면 비명계는 다음 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100% 가결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사실상 당의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이 대표 개인 범죄 혐의를 감싸는 ‘사당(私黨)’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 ‘범죄 방탄당’으로 비치면 참패가 필연적이라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다. 이런 와중에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포퓰리즘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지만 여론만 더 악화시켰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해 놓고 자신의 문제가 닥치자 ‘정치 보복’ 핑계로 뒤집다 보니 국민 신뢰도 바닥이다. 이제라도 이 대표가 물러서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그 첫 단추는 이 대표의 사퇴와 불체포특권 폐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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