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리비아 쿠프라 공항에 도착한 북한 의료진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리비아 현지 매체 ‘쿠프라 속보’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리비아 쿠프라 공항에 도착한 북한 의료진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리비아 현지 매체 ‘쿠프라 속보’ 페이스북 캡처


유엔, 2019년 12월 이후 해외 北노동자 금지 지정
“행정력 느슨한 국가에서 中노동자로 위장” 지적





북한이 중국의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틈바구니 속에서 노동자들을 중국인으로 위장시켜 불법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북한 노동자들이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참혹한 환경 속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와 모리셔스 현지매체 리 마티날(Le Matinal)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모리셔스에서는 중국 어선 ‘금향 8호’ 선원 6명이 체포됐다. 현지매체들의 당시 보도에서 중국인 선장은 선원 14명이 모두 중국인이라고 진술했지만, RFA는 모리셔스 출입국사무소(PIO) 조사 결과 허가 없는 북한 국적 노동자 6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리셔스 이민법에 따라 현재까지 르 샬랑(Le Chaland) 구치소에 구금돼 있으며, 곧 추방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RFA는 전했다.

모리셔스 뿐만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의 불법 위장 취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RFA에 “세네갈에서 북한 말투를 쓰는 인부들이 공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세네갈에는 현재 50명 가량 북한 노동자들이 호텔 등 건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河南)성 국영기업인 ‘차이나 허난’이 세네갈 도시 뚜바 시의 상하수도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북한 건설회사와 협조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세네갈은 중국이 서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일대일로’ 사업 협약을 체결한 국가로, 세네갈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뚜바 시 상하수도 시설 개선, 같은 해 5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도시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170명 가량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건설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알제리 수도 알제 시와 제2도시인 오랑 시에서 중국 국영기업과 건설사 등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오랑 시에서 30대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알제리 언론은 이 사망자가 중국 회사 소속 노동자라고 보도했지만, 현지 소식통은 건설현장 인부들이 당시 사망자를 북한 노동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라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2397호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22일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 내 북한 노동자의 구체적인 규모와 중국인으로 위장 취업하는 방식으로 외화벌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RFA는 지적했다. RFA는 “중국 회사들은 아프리카의 느슨한 행정력을 활용해 자국 노동자들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월 RFA는 또 다른 아프리가 국가인 리비아의 지역 언론을 인용해 치안문제로 지난 2015년 리비아를 떠났던 북한 의료진 30여 명이 약 8년 만에 복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리비아 남동부에 위치한 쿠프라 시의 한 의과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북한 의료진의 해외활동도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란 논란이 제기됐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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