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생태계가 무너진다 - (1) 의사 수급 불균형 심각
폐엽절제술 12년새 74% 급증
숙련된 전문의는 갈수록 줄어
“고난도 수술 합당 보상 필요”
올해 상반기 전공의 확보율
소아과 25%·흉부외과 55%
젊은 의사들 힘든 科 기피
고령화 현상으로 앞으로 10년간 필수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환자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비인기과에서는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응급수술이 많은 흉부외과와 신경외과에서는 베테랑 현직 의사들이 수술실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이 은퇴하는 10년 후쯤에는 수술실을 지킬 의사가 없어 수술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숙련된 수술집도 의사 숫자가 줄어만 가는 것이 문제”라며 “뇌혈관외과의 경우 10년 내 개두술할 의사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전공의 확보율은 소아과 25.5%, 흉부외과 55.6%, 외과 67.7%, 산부인과 77.5%, 응급의학과 84.2% 순으로 낮다. 소아과는 2018년만 해도 전공의 확보율이 100%였지만, 올해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해 34.8%에서 올해 55.6%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23명보다 50%가량 늘어난 40명이 지원했지만 추세적 증가 여부는 불확실하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2021년 흉부외과 전문의는 20명 배출됐는데, 이는 1993년(57명)에 견줘 3분의 1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흉부외과 전문의 충원은 10년 동안 200명 내외에 그치게 된다. 저수가와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는 외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도 60∼70%대에 머물고 있다. 소아과는 지난 5년간 662곳이 폐업했다. 대형병원에서는 소아과 전문의를 구하질 못해 입원과 응급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는 105곳에 달한다. 소아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소아암과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는 각각 67명과 23명으로 수도권에 60∼70%가 몰려있어 아픈 아이들의 원정 진료도 잦아졌다.
필수의료 진료과가 전공의를 제대로 확보해도 문제가 남는다. 신경외과의 경우 매년 99%가량 전공의를 확보하지만, 세부 전공별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2022년 신경외과 전임의 1년 차 56명 중 절반 이상인 30명이 척추분야 전공을 지원한 반면 뇌혈관 분야는 16명만 택했다. 방 교수는 “척추 전공에 쏠리는 이유는 뇌 분야보다 수월해서라기보다는 뇌혈관외과 의사들의 삶의 질, 잦은 야간 응급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정한 환자 상태로 인한 잦은 병원 호출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술해야 할 의사는 줄어드는데, 수술해야 할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신경외과의 뇌동맥류 환자는 2017년 8527명에서 2021년 1만3226명으로 4년 만에 55% 늘었다. 흉부외과의 경우 지난 2020년 개흉술은 2011년에 비해 33.8%. 폐암의 대표적인 수술인 폐엽절제술은 같은 기간 74.7%로 늘었다.
방 교수는 “의사들이 일상을 포기하고 수술장에서 버티면서 열몇 시간씩 하는 고난도 수술에 대해선 적어도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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