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반도체 보조금 기준 발표
초과이익 환수·기밀유출 ‘고심’
불이익 가능성에‘패싱’도 난망
삼성 3~4월 중 신청 결정해야
관련 사항은 외부 비공개 할듯
SK, 美생산시설 없어 시한 여유
미국 상무부가 초과이익 발생 시 보조금 환수, 미 국방부에 시설 개방 기업 우대, 중국에 10년간 생산시설 투자 금지 등을 뼈대로 한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보조금을 신청할 경우 기업 비밀 유출 등이 우려되고, 신청하지 않으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은 보조금 신청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관련 공장을 짓거나 지을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상무부의 보조금 지급 요건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신청 여부를 3∼4월 중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건설하지 않은 SK하이닉스는 아직 시한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삼성전자 등은 보조금 신청 관련 사항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 보조금 지급 기준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방향으로 결정됐다”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다시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동맹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 목적을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생산시설 접근을 허용할 수 있는 기업을 보조금 지급 시 우대하겠다는 조항을 기준에 포함했다. 신청 기업이 전망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면 보조금의 75%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군사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생산시설을 직접 보고,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민감한 재무 정보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도가 밴 것으로 풀이된다.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생산시설 투자가 금지되는 것으로 국내 기업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생산량이 전체의 40∼50%에 달한다. 이주완 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공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기업들이 먼저 숙고하고 보조금 문제를 대처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 예전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리모델링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않는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국과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우리 정부가 ‘한국에 동맹국 대우를 해달라’고 미국에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채·장병철·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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