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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갈등’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

지위 게임
윌 스토 지음│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지위 욕망’은 인간의 본능
성공·도덕·지배게임 통해
‘우리’ ‘저들’ 입장 저울질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광신도의 철옹성 같은 신념도
한순간에 뒤집히는 순간 포착
인간 내면에 잠재된 희망 제시


“지위를 좇도록 설계된 뇌는 ‘우리’ 입장과 ‘저들’ 입장을 저울질해 서열을 매긴다.”

영국 저널리스트 윌 스토가 쓴 책은 ‘지위 욕망’이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매 순간 ‘지위 게임’을 펼치며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갈망과 추락에 대한 공포를 함께 안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전작 ‘셀피’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독특하고 괴상한 자존감의 이면을 살핀 저자는 SNS의 ‘좋아요’ 경쟁, 사이비 종교와 음모론의 맹목적 광신, 테러와 연쇄살인 등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회현상을 ‘지위’라는 하나의 렌즈로 탐구한다.

지위 게임에는 세 가지 변종이 있다. 성공 게임과 도덕 게임, 그리고 지배 게임이다. 성공 게임에선 남다른 재능과 기술로 특별한 성과를 낸 이에게 높은 지위가 부여된다. 종교 분야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덕 게임은 의무감이 강하고 순종적인 사람이 유리하다. 마피아 같은 폭력 조직의 지배 게임에선 ‘힘’을 무기로 삼은 경쟁이 펼쳐진다. 물론 세 가지 게임은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하나의 장(場) 안에서도 혼재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은 혁신을 도모하며 성공 게임을 하지만, 브랜드 가치 광고를 위해선 도덕 게임에 참여하고, 특허권을 침해한 경쟁사를 고소하며 지배 게임에 나선다. 현대사회의 특징이 집약된 SNS 역시 자화자찬하는 이들의 성공 게임과 정치 선동가의 도덕 게임, 온라인 폭도의 지배 게임이 얽힌 공간이다. IT 기술자들은 유저들이 온라인 지위 게임에 광적으로 집착하도록 SNS 공간을 설계했다. 유저들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와 추천 댓글을 기다린다. “어디서든 상징적 지위 게임을 하도록 설계된 존재가 인간이라면, SNS의 성공은 고개가 끄덕여질 뿐 아니라 필연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SNS 지위 게임’의 세 가지 변종 가운데 온라인 군중이 몰려다니는 도덕 게임이 ‘평판 살해’라는 21세기판 마녀사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군중은 ‘희생자’를 설득해 자기네 편으로 포섭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희생자의 지위를 짓밟아 명예와 평판을 죽이려 한다. “평판 살해는 명성의 게임이 지배하는 세상에 등장한 새로운 살인 방법이다. 이 게임은 지배의 황홀경에 도취한, ‘공격하는 짐승’으로 넘쳐난다.” 저자의 일침은 최근 국내 정치판에서 야당 대표의 체포 동의안에 반대하지 않은 소속 의원들을 색출하기 위해 ‘문자 폭탄’을 날린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사이비 종교는 물론 기독교·불교·힌두교 같은 전통 종교 역시 인간의 지위 욕망을 자극해 번성한다. 이들 종교는 교리는 달라도 계층 구조를 상정해 다음 생(生)에서 주어질 지위에 관한 기대 혹은 불안을 심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전생에 죄를 지어 계층이 추락한 것이고, 현생의 규칙에 순응해야만 내세에 높은 지위로 올라간다고 믿는 힌두교 카스트제도의 불가촉천민은 이 같은 도덕 게임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아울러 책은 다양한 연쇄살인 사건과 독일 나치의 부상, 9·11 테러를 ‘지위 상실’로 인한 개인적 혹은 집단적 모멸감에서 촉발된 처참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저자가 열거하는 수많은 사례는 ‘나’와 ‘너’ 혹은 ‘우리’와 ‘그들’이라는 대립 구도를 전제하는데, 함께 출간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은 극단적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설득의 과학’을 제시한다.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음모론자와 정치적 극단주의자, 광신도의 철옹성 같은 신념이 뒤집히는 순간을 포착한다. 9·11 테러가 거짓이라는 음모론으로 거금을 번 한 유튜버는 테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만난 기억을 저자에게 털어놓는다. 어머니의 슬픔이라는 강렬한 ‘감정’에 견고했던 신념이 무너지자 “어머니조차 FBI(미 연방수사국)에서 섭외한 배우”라고 의심하는 음모론 커뮤니티 동료들이 ‘역겨운 짐승’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와 함께 대화로 유권자를 설득하는 선거운동 기법인 ‘딥 캔버싱’, 미국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인식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례 등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이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 지식과 논리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고.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엔 이성이 아닌 감정이 작동한다고. 인간은 마음을 변화시켜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진화했다고.

‘지위 게임’이 본능의 어두운 그늘을 직시하도록 한다면,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은 폭력적 성향이 DNA에 새겨져 있음에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변화의 가능성 덕분이라는 희망을 일깨운다. 각 권 448쪽·2만4000원, 444쪽·2만 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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