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1981년 9월 26일자 경향신문에는 ‘속고 떼이는 목돈의 꿈…계(契)가 잘 깨진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당시 서민들의 금융수단으로 유행하던 계가 자주 깨지고 계를 이용한 사기 사건도 부쩍 늘고 있음을 지적했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털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정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곁들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3일부터 오는 6월 25일까지 선보이는 특별전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 현대사’는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산 축적을 위한 우리 국민의 궤적을 더듬는다. 저축과 복권, 부동산과 주식 등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230건의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경향신문 기사에서 알 수 있듯 목돈을 향한 꿈은 때로 부작용을 낳았으나 부지런한 저축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과감한 투자는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함영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일 열린 전시 설명회에서 “국가 경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가계 금융’의 역사를 통해 어려워도 각자 살길을 모색한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근대적 금융기관이 생기기 전 재산을 보관한 방식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당시 사람들은 실탄 박스로 만든 금고에 부동산 문서나 여러 귀중품을 넣어뒀고,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숟가락씩 쌀을 덜어내 절미통(節米桶)에 담으며 악착같은 절약 정신을 되새겼다. 계 문화가 형성된 건 1950년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1956년 일반인 세 명이 작성한 ‘삼일계’ 장부에는 계의 설립 배경과 계모임 날짜, 곗돈 이자에 대한 규칙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함 학예연구사는 “흔히 운수 좋은 날을 ‘계 탄 날’이라고 일컫는 표현엔 바라던 목돈을 손에 넣은 기쁨과 무탈하게 곗돈을 받은 안도의 마음이 함께 녹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와 경제 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실상 강제적인 방식으로 저축을 장려한 시절도 있었다. 1960∼1970년대 전국 단위의 저축운동을 통해 직장은 물론 지역별로 저축조합을 결성해 매월 일정액 이상을 저축하도록 한 것이다. 복권과 저축을 결합한 ‘복운예금’은 당시 국민에게 선풍적 인기를 끈 상품이었다. 1등 당첨자는 10만 원의 상금을 받았는데, 이는 당시 고소득군에 속한 목수 월급이 평균 12.1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자그마치 688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내 집 마련’ 이야기와 주식시장의 역사도 비중 있게 조명한다. 1970년대 청약 가점 요건 중 하나였던 정관 수술을 받고 서울 반포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연, 한국만의 독특한 주택제도인 전세, 주식거래 도구의 변천사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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