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시기에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뒤늦게 사과하지만, 정작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탓에 쉽게 용서를 받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가해자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시기에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뒤늦게 사과하지만, 정작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탓에 쉽게 용서를 받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 “관용 없다” 사회적 응징

황영웅 상금 6억 기부 밝혔지만
성난 여론 사그라들지않자 하차
‘피지컬100’ 김다영도 고개숙여
“가해자 단죄하라” 목소리 커져


대한민국이 학교폭력(학폭)에 대한 응징을 시작했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폭 논란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 비(非)연예인 출연자까지 학폭 가해자로 몰려 고개를 숙이는 등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되던 학폭에 대한 단죄가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는 모양새다.

황영웅
황영웅


16%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던 MBN 트로트 예능 ‘불타는 트롯맨’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황영웅은 3일 자진 하차할 뜻을 밝혔다. 그는 20대 초반 친구를 폭행해 상해를 입혀 벌금 50만 원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학폭 폭로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황영웅은 지난달 28일 열린 결승 1차전에서 1위에 오른 뒤, 6억 원이 넘는 상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황영웅은 “어린 시절의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오해는 풀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재차 사과하며 중도 하차했다. 최근에는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흥행 1위에 오른 넷플릭스 ‘피지컬:100’의 출연자인 스턴트우먼 김다영이 학폭 폭로가 나온 직후 “약 14년 전 제가 소위 노는 학생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과거를 회상해보면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후배들 기강을 잡는답시고 욕설과 상처 되는 말들을 했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반성의 뜻을 비쳤다.



2021년 이후 학폭은 방송가의 주요 화두였다. 배우 조병규, 박혜수 등이 스타덤에 오른 직후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았고, 배우 지수는 2021년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 방송 도중 학폭 폭로가 나와 주인공이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시 제작사는 이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며 지수와 소속사를 상대로 3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체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학폭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은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으나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2021년 신인 최대어로 불렸던 김유성은 당시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됐지만 학폭 전력을 이유로 철회됐다. 안우진의 상황에 대해 메이저리거 출신인 SSG 랜더스 추신수가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발언했다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단죄에는 관용과 성역이 없다는 대중적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아울러 학폭 가해자를 맹목적으로 보호하고 두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감도 크다. 최근 정 변호사 하차 과정에서는 그가 아들의 학폭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기술을 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 큰 공분을 일으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순신 낙마 사례의 경우, 아들의 학폭에 고위공직자 신분을 이용한 소위 ‘아빠 찬스’가 더해졌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 3차 가해를 한 것”이라면서 “관용과 용서라는 것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가해자는 사회적 여론과 불이익을 모면하려 형식적인 사과를 할 수도 있지만,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가기 때문에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관련기사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