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JB금융·BYC·한국철강 등 사외 이사·감사위원 변경 시도 과도한 제안 기업가치 훼손우려
행동주의펀드 득세뒤 배당이익↑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일반 주주들이 직접 제시한 주주제안을 올린 회사의 대부분은 이사진 물갈이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권익 신장을 기치로 내세운 행동주의펀드가 득세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주주 이익 환원 노력을 환기하는 건전한 제안도 있으나 기업가치와 본원적인 경쟁력을 훼손하는 시도도 적잖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문화일보가 최근 주주제안을 받은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소집 공고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주주제안으로 주총에 안건을 올린 회사는 21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14곳은 주주들로부터 이사·감사 선임안을 제안받았다. JB금융지주는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김기석 사외이사 선임 건을 올렸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앞서 JB금융에 배당 확대를 건의했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이사 후보자 추천에도 나선 것이다. 내의 전문업체 BYC는 24일 주총에서 김광중 감사위원 선임 건을 다룰 예정이다. BYC를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제기했던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을 수용한 결과다. 한국철강과 광주신세계도 이달 말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 건을 주총에서 논의한다.
KB금융은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 문제를 주총에서 다룬다. 지난달 임시 주총을 열었던 휴마시스와 ES큐브 등도 소수 주주가 제안한 이사·감사 선임안을 안건으로 올린 바 있다.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변경을 요구한 펀드나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주주가치 제고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을 보면 배당 확대(10곳)·정관 변경(8곳)·자사주 취득(4곳)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주주제안이 늘면서 일반 주주들의 배당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를 받았던 금융지주들이 배당 액수를 늘린 것도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주주제안은 이사회의 의사결정 권한 독점 폐해를 줄이고 주주권익을 실현해 자본시장 발전에 이바지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단기 투자차익만 노리는 과도한 주주제안에 기업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가령 BYC의 경우 주주들은 주당 1만7500원의 배당을 요구하지만 사측의 배당 예정금은 3000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섬유 가공업체 전방은 주주들의 배당요구액(2만 원)이 회사안보다 20배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주주제안으로 상정하는 상장사 수가 50여 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회사 재무구조를 세세하게 알기 어려운 주주들이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주주제안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