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핵심 피의자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도피 17년 만에 미국에서 체포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검토 중인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 대한 중재판정부의 배상 결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정 취소’ 신청에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6일 법무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지난 2일 체포 관련 "스티븐 리 체포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의 취소 신청을 검토하는 데 있어 동력을 얻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미국인을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법무부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관련 수사가 재개되면 론스타 판결 취소 신청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내용이 보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SDS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8월 30일 우리 정부에 론스타 측 청구 금액 46억8000만 달러 중 4.6%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들인 뒤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먹튀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 관련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체포는 최근 법무부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지난 2월 일본에서 개최된 ‘아태지역 형사사법포럼’에서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만나 이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해 6월 미국 출장 당시에도 미국 정부와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미국 법무부와 뉴저지주 연방 검찰청에 사의(謝意)를 전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 전 대표 체포 과정에서 소유 부동산 등 소재지를 특정할 만한 자료도 별도로 제공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대표에 대한 체포가 우리 정부의 론스타 배상 판결 관련 판정 취소 신청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이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재판에 따라 국내 송환까지 시간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는 "미국 측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인도 재판을 진행해 이 전 대표를 신속하게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