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前 국회의장, 신경외과 전문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년 이내 응급환자의 뇌와 심폐를 수술할 의사들이 거의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뇌수술 등 힘들고 위험한 필수 의료 분야를 책임질 숙련의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이미 소아과·산부인과는 대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체의 위기다.(문화일보 ‘의료 생태계가 무너진다’ 시리즈)

필자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도 일했다. 현 상황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오늘의 사태는 예견된 측면이 크다. 대다수의 선진국도 부러워한다던 대한민국 의료체계이나, 사실 건강보험 도입 초기에 지나치게 사회적 경제의 틀에 맞춰 놓은 약점도 분명히 있다. 그런 틀이 시대의 변화에 맞추지 못한 게 지금의 혼란을 낳았다.

1977년에 태동한 의료보험은 45년간 지속된 저수가정책과 행위별수가 제도에 따른 고질적 한계가 있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기, 의료보험 대개편에 이어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완성됐다. 흩어져 있던 의보조합 역시 하나로 통합돼 2000년 7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탄생했다. 그런데 병원과 의사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정부는 근원적 문제는 도외시하고 오히려 완전 의약분업, 권역별 의료전달 체계 포기, 양·한방 협진 유도 등 다른 방향의 변화를 시작했다. 이는 종합병원의 위기, 특히 지방 종합병원들의 소멸로 이어졌다.

어떻게 의료를 되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의료수가 왜곡을 더 방치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제도가 의료사회주의와 같을 수는 없다. 건보 재정 확충이 선결 과제다. 정부는 애초의 약속대로 건보 재정의 20%를 재정에서 지원하고,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으로 전환해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부풀어진 의료계의 포퓰리즘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불요불급한 건보 적용 항목을 손보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둘째, 정부의 정책 변화다. 대학병원급의 대형 종합병원 위주 의료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의료 표준치를 높일 때 전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필자가 의정활동 중에도 자주 주창했지만, 선진 의료는 팀워크와 시스템이 기본이므로 일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해 왔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의과대학 증설을 논의하고, 의료 인력 적정 배치와 전문의 수급제도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때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셋째, 의료계와 사회의 반성이다. 우리 사회는 물질 중심으로 치닫고 있고 의사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밤새워 일해야 하는 진료과를 회피하는 MZ세대 의사들을 탓하기도 어렵다.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의사는 의사다. 그들에게 의료인의 사명감을 심어주는 사회적·제도적 응원이 절실하다. 국민도 현명해져야 한다. 질병이 생기면 최소한 2명 이상의 전문의를 만나 의견을 듣고 시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국민이 수술 가능한 병원이 없어질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행정편의주의와 탁상행정을 탈피하고 의료계는 자정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 하루속히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종합적인 의료개혁안을 만들고 실행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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