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 -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는 ‘우리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

모국어가 아닌 독일어로 독일 철학계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는 오히려 “독일어로 철학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독일어는 철학에 대한 자연스러운 가까움이 있다’는 말처럼 독일어로 철학 하는 게 더 쉽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더 간단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공부해야”하고 “철학적 삶이란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철학을 포함해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점점 없어진다는 이야기로 옮아갔다. 그는 한국에 비해 독일은 희망이 있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에서만 매년 몇천 명의 고등학생들이 철학과로 진학한다. 베를린자유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려면 성적이 제일 우수해야 한다. 한국에서라면 법대, 의대 갈 학생들이 철학과로 온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가 발전했지만 경제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발전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뿐 아니라 이 시대 철학자들 전체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독일에서) 아직도 철학을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몇천, 몇만 명이지만 이들의 90%는 중간에 (철학을) 버린다. 철학 교수들이 사고를 안 하기 때문이다. 철학 교수들이 철학 역사에 대한 지식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됐다. 그래서 끝까지 공부하는 나머지 10%도 결국 스승처럼 생각을 안 한다. 오죽하면 한국사람이 독일에 와서 철학을 하겠는가.”

최현미 문화부장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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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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