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정교향곡’
‘아빠 연상’ 중후한 첼로 등장
현·목관악기들의 서정적 연주
1903년 작곡 착수, 연말에 완성
1904년 카네기홀서 초연 성공
흔히 교향곡(Symphony)이라고 하면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총주를 위시해 왠지 인생에 관한 깊은 사색이라도 담고 있을 것만 같은, 어딘가 무거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주제로 보통의 집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가족들의 가볍고 소소한 일상을 담은 교향곡이 있다. 바로 독일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을 대표하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가정교향곡, Symfonia Domestica op.53’이다.
‘가정교향곡’은 “나는 한 자루의 빗자루도 음악으로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집에서 늘 벌어지는 가족들 간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아이들의 목욕 시간, 부부 단 두 사람만의 달콤한 저녁 시간 등을 음악으로 묘사해 교향곡이란 그릇 안에 담아낸 작품이다.
슈트라우스가 가정에 관한 이야기와 정경을 교향곡으로 작곡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1897년의 일이다. 한 살 연상의 아내인 소프라노 파울리네 데 아나(1863∼1950)와 결혼해 무려 10년 만에 아들을 얻게 된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슈트라우스는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겠노라는 결심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고, 마침내 1903년 ‘가정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한다. 슈트라우스는 기자와의 한 인터뷰에서 “나의 다음 작품에선 나의 가정생활 중 하루를 담아낼 겁니다. 아빠와 엄마와 아기라는 세 주제에 의한 서정적인 작품이 될 것입니다”라고 예고했고, 같은 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라는 부제를 덧붙여 완성했다.
작품은 하루의 낮과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의 아빠와 엄마, 아기 3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악장이 시작되면 아빠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첼로의 테마가 등장한다.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트럼펫이 뒤따르며 행복한 일상의 선율들을 노래한다. 이에 대조를 이루는 조성이 등장해 엄마의 출현을 알리고, 당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바로크 악기 오보에 다모레(Oboe d’amore, 사랑의 오보에)가 나타나 해맑고 사랑스러운 아기의 테마를 연주한다.
2악장에선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플루트 등의 목관악기가 서정적으로 연주하고 이내 달콤하고 편안한 자장가(Wigenlied)로 이어진다. 실로폰을 연상시키는 글로켄슈필(금속의 타악기)이 밤을 알리는 7번의 자명종을 울리면 이제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이어져, 작곡하고 집안일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두 부부의 모습을 묘사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가정교향곡 op.53
1904년 3월 12일 슈트라우스 자신의 지휘로 뉴욕 카네기 홀에서 초연되었다. 자못 진지하면서도 휴머니티로 가득 찬 작품은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같은 해 겨울엔 구스타프 말러의 지휘로 빈에서도 연주됐다. 슈트라우스 자신 가정의 일상을 담아낸 ‘가정교향곡’은 총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교향곡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교향시에 가깝다.
교향시란 문학적인 내용이나 풍경 따위의 회화적인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표제(제목)를 가진 단악장 형식의 관현악곡을 말한다. ‘가정교향곡’에서의 각 악장들은 음악적·내용적인 면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단악장 교향시의 형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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