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 ‘이완용’ ‘탄핵’ 등 난무
중앙당서 마구잡이로 내려보내
8월부턴 선거현수막 제한 없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내걸어 둔 현수막에는 ‘이완용’ ‘부패’ ‘윤석열 아웃(OUT)’ ‘매국’ ‘탄핵’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어지럽게 나부끼고 있었다. 국회 정문에서 인근의 여의도순복음교회까지 550m 거리에 붙어있는 현수막은 무려 22개에 달했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문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도배하다시피 내걸었다. 외교부가 지난 6일 일제 강제 징용 배상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발표하자 친일 매국노 이완용에 빗대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덧붙였다. 횟수와 정도는 덜하지만 국민의힘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라는 식의 현수막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전국 대도시마다 정쟁 성격의 현수막이 앞다퉈 내걸리면서 정치 혐오·불신을 부추기는 ‘국회발 현수막 전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중앙당이 내려보낸 현수막을 지역당에서 낯 간지럽다는 이유로 못 걸겠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도 중앙당에서 ‘이완용 현수막’을 내려보냈으나, 일부 의원들이 “반일감정을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이유로 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1월부터 여야가 내건 현수막 문구 전체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세금 등 민생과 관련된 정책대결을 펼치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상대당 비방이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표시하는 현수막은 별도 허가 없이 15일까지 게시할 수 있게 된 점도 현수막 비방전에 불을 붙였다. 정당 현수막이 공해 수준에 이르자 서울시에선 각 정당이 동마다 1개 현수막만 걸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안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오는 8월부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유권자의 1인 선거 현수막 게시가 가능해 난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민·민정혜·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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