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참패다. 1라운드 B조 첫 상대였던 호주는 전략·전술적으로 철저히 한국전을 준비했다. 호주는 8회 말 투수들이 흔들렸지만, 피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위기가 있었던 8회를 빼면 호주는 한 수위의 한국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했다.
호주의 철저한 준비성이 드러나는 경기였다. 호주전에서 한국의 투수들은 변화구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아직 직구 구위가 올라오지 않은 탓에 포수 양의지는 변화구 승부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호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호주는 한국 투수가 던진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실제 호주가 뽑아낸 홈런 3개 중 2개가 모두 변화구(체인지업) 공략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결정적인 패인은 본헤드플레이였다. 경기 초반 나성범 견제사, 강백호의 말도 안 되는 세리머니 주루사가 나왔다. 가장 아쉬운 것은 8회 말 대주자 박해민의 판단 미스다. 8회 1사 만루에서 나온 땅볼로 3루 주자 이정후가 홈인하며 7-8이 됐다. 타자 주자 오지환은 1루에서 세이프, 2루 주자는 포스 아웃됐다. 1루 주자였던 박해민은 3루까지 내달렸고, 홈 베이스가 비어 있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상황 판단이 빨랐으면 동점이 됐을 것이다. 호주전에서 가장 뼈 아픈 장면이다.
단기전에선 사소한 플레이 하나에 승부가 갈린다. 전체적인 경기력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한국은 이번 호주전에서 잘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은 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했지만, 실제 경기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8회 찬스 때 양의지의 대타교체도 아쉽다. 양의지 정도의 베테랑 선수들은 좌완, 우완, 사이드암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양의지 선수는 홈런을 치면서 손맛을 봤고, 이날 타격 감각이 가장 좋은 선수였다.
한국 야구가 점점 뒤처지고 있다. 한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특히 호주전에선 한국 야구의 위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빠른 볼에 대한 대처가 아쉬웠다. 일본전은 총력전이다. 한·일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벤치의 결단이다. 선수 기용, 투수교체 타이밍에 승부가 달렸다.
■ 문화일보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안치용(44·사진) 전 KBO 전력분석관을 해설위원으로 위촉했다. 신일고, 연세대를 졸업한 안 위원은 2002∼2013년 LG와 SK(현 SSG)에서 활약했다. 또 2015∼2021년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지내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하고 있다.